일본 #91

드디어 끝이 다가온다. 두루뭉실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인데 이상하게도 기분은 그렇게 영 나쁘진 않았다.

밤 새 츠키지에서 기다린 끝에 참치 경매를 보고 왔다. 기대한만큼의 구경이었는데, 다 보고 난 이후엔 조금 허무함이 밀려오긴 했다.

선물이나 아쉬운 것들 쇼핑을 하고, 맛있는 밥을 먹고 저녁엔 호루몬을 먹자 시간이 나면 북오프에 가서 여유도 즐기자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흘러가진 못했다. 그래도 꽤 근사한 마지막 하루를 장식한 것 같다.

아, 그리고 짐을 싸느라 또 밤을 새버렸다. 이틀 밤을 샜는데도 괜찮은 내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 아직 쓸만하구나 스스로에게 좀 놀라기도 했다. ㅋㅋ



카레타 시오도메를 나와 츠키지로 걷기 시작. 근처에 앉을 수 있는 편의점이 있음 들어가려 했는데, 없었다. 그러고보니 카레타 시오도메에서 구경하는 내내 같이 있다가 나올 때도 같이 나온 여자가 있었다. 서로 말한마디 안 건네다가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문을 나서는데 서로 웃음이 나버렸다. 통성명을 하고나서야 대만 친구고, 회계학과를 이번에 졸업해 여행을 온거라 들었다. 서로의 여행이 잘 되길 빌어주며 헤어졌다.


관광객들이 츠키지 가는 길 잃어버릴까봐 친절히 계속 써있다.


아직 밤 12시도 되기 전인데, 벌써 분주하다. 하루의 마감의 분주함이 아니라 시작의 분주함이다.


웨이팅을 해야한다는 안내센터에 가봤는데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비도 꽤 내리고 두 시쯤 가도 안전하댔으니까 좀 돌아다니기로 했다.


다리에서 바라본 츠키지의 항구. 장내에서 바라본 츠키지와 사뭇 다른 느낌에 놀랐다. 생각해보면 배가 정박하고 수산물을 내리는 곳이 있을 거란 생각을 왜 못했을까.


맥도날드는 너무 멀고 다른 편의점들을 둘러볼까 하는데 아니! 저기 밝게 빛나는 Jonathan’s 에 분명 커피 앤 레스토랑이라 써있다. 폭풍 검색하니 24시간 영업이다! YAY!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갈증이 너무 나기도 하고 그냥 기분이.. 소시지 안주에 맥주를 마셨다. 소세지가 생각보다 맛있어 놀랐다. 밥을 부르는 맛.


안에 들어와 앉자마자 비가 엄청 거세졌다. 휴 다행이다.


두시 반 쯤 가게를 나왔다. 센터에 도착하니 두시 사십분.


이미 사람이 꽤 많았다. 헐 나는 밖에서 기다릴 줄 알았는데 내부에서 기다리는 거였다. 계속 여기 와 있을 걸 그랬나?


남은 쪼끼들. 노란쪼끼는 3시쯤 마감된 것 같고, 파란쪼끼는 네시였던가? 그 쯤 마감된 것 같다. 노란쪼끼는 5시 25분~5시 50분까지 관람하는 1차 관람객을 위한 것이고, 파란쪼끼는 그 이후에 관람하는 2차 관람객을 위한 것.


이야! 나도 노란 쪼끼 받았다!


아이패드에 담아간 영화를 보며 기다렸다. 쭈그려 앉아있는게 넘 힘들었다.


네 시쯤 되었을 때 영어를 꽤 하시는 경매사가 들어와 경매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생각보단 재밌었다. 가령 여기서 팔린 참치는 도쿄 포함 근교에서 모두 소비되며, 킬로당 가격은 얼마고, 부위는 어떻고 경매에서 가격은 어떻게 부르고 등등.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대부분의 대형 어선에서 잡혀온 참치들은 1년 전쯤 잡혀 원양어선에서 냉동상태로 보관되다가 모든 어업을 끝내고 돌아와 오늘 츠키지시장에서 팔린다 한 내용이었다.


드디어 경매장에 들어갔다. 엄청 추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춥진 않았다.


경매장의 사진들을 나열해본다. 돌아다닐 수 없고 한정된 공간에서 돌아보는 게 전부라, 좋은 사진은 없다.


꼬리부분 살을 파서 손으로 텍스쳐를 만져보기도 하고 맛보기도 하며 고르고 계시다.


여기서 자기가 낙찰받고 싶은 참치를 정해놓고, 경매 시에는 해당 참치에 비딩을 하는 방법.


아 맛있겠다 츄릅..


경매가 한창이다.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경매가 끝난 참치는 곧바로 차에 실려간다. 역시 속도가 생명인 수산업다웠다.



저게 7인지 2인지 헷갈린다. 그리고 모든 경매사는 라이센스가 필요한데, 저 모자위에 달린 이름표가 그것이라 한다.







경매 관람을 끝내고 나오니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장은 여전히 엄청 분주했다. 그리고 곳곳에 쓰고 버린 스티로폼이 가득했다.


스시다이엔 여전히 줄이 길었다. 나도 이렇게 서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뭔가 색감과 균형을 아시는 분같아..


몬제키도리에서 아침을 먹으려 했는데, 아직 문을 덜 열어 츠키지를 돌아다녔다.


아! 드디어 먹는다. 호루몬덮밥! 선지, 곱창, 간? 여튼 여러가지 내장부위를 넣고 푹 끓여 만든 호루몬니를 얹은 덮밥이다.


반쯤 먹었을 때 날달걀을 주문해 비벼먹었다. 달걀 없이 그냥 먹는게 더 꿀맛이다.


그리고선 집에 돌아왔다. 아 정말 너무 힘들어서 기절 직전이었다. 방에서 잠깐 졸다가 12시에 오크하우스 스태프로부터 방 점검을 받았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미조노구치에 갔다. 11시부터 3시까지만 장사한다는 매운 라멘을 먹으러!


사실 그다지 맵진 않았지만, 맛있게 먹었다. 아삭이는 숙주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그리울 것 같다.


미조노구치에서 발견한 고기집. 잔인하다.


그리고 다이소에 갔다.


아무래도 짐을 쌀 때 진공팩이 있어야할 것 같아…


밤까는 칼이 있어 사올까 했는데, 그냥 두고 왔다. 뭘 얼마나 쓴다고..


허접하지만 드로잉용 모델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지관통을 팔고 있다. 흐억? 나 왜 지난번에 이거 사러 신주쿠까지 간거지…


타마플라자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라갸라도스를 잠시 체육관에 올려놨었다. 이제 포켓몬도 진짜 끝!


타마플라자 구경을 시작했다. Urban research 는 이번에도 디피를 멋지게 해놨다.


목이 말라 Kaldi 에 들렀다. 어느 Kaldi 든 앞에서 친절히 나눠주시는 이 시원한 냉커피맛, 그리울거야~~


처음보는 맥주가 있어서 사왔다. 어디지 어디지? 했는데 알고보니 인도네시아란다.


세리아에도 들렀다. 개들이 데려가라고 아우성이었다.


여름 스타일 물품들이 많이 들어와있어서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집어버렸다.


이토가도요에서 한국에 가져갈 선물을 사려했는데 마땅한게 없었다. 갑자기 번뜩인 생각에 다시 후타코타마가와행 기차를 탔다. 그리고 포트넘앤메이슨에 왔다. 아 너무 이쁜 틴케이스들이 많아ㅠㅠ


그리고 후타코 타마가와 도큐스토어에 갔다. 여기서 이것저것 주전부리들을 좀 샀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멋진 하늘을 뽐내는 후타코 타마가와.


진짜 후타코 타마가와역 뷰는 진짜 4D 영화관이다. 석양이 질 때 이 곳에 서있을 수 있다는건 운이 꽤나 좋은 일이다.


마지막 덴엔토시선을 탄다!


타마가와강도 안녕!


저녁으로 호루몬을 사먹으려 했는데, AOTULE 친구들이 같이 저녁을 해먹쟤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다같이 모여 요리중.


생각보다 엄청 근사한 요리들이 나와 배터지게 잘 먹었다. 그리고 Tracy 가 센스쟁이처럼 케익을 사와 다함께 조촐한 축하 파티도.


다들 잘 지내길!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짐정리라는 큰 산이… 냉장고에 달아놨던 마그넷들도 다 정리했다.


종류별로 모아놓았던 맥주 캔들도 다 버렸다.


남에 방에 들어갈까 걱정돼 문 앞에 붙여놨던 스티커도 뗐다.


방문에 붙여놓았던 엽서, 지도, 분리수거 날짜.


짧았지만 요모조모 잘 쓰다가는 책상!


짐을 어느정도 정리한 뒤에 책상. 헥헥 너무 힘들었다.


생각해보면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에 올 때도, 한국에서 일본으로 떠날 때도 항상 나는 비슷한 패턴을 겪는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짐, 이미 늦어버린 시간, 문 닫은 우체국. ㅠㅠ진짜 꾸역꾸역 쌌는데 결국은 공항에서 빠꾸먹어 공항서 짐을 다시 싸야했다는 슬픈 스포일러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