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84 나고야

1박 2일로 나고야에 다녀왔다. 별로 기대하며 티켓을 예매한 건 아니었는데, 막상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나고야 생각보다 볼 게 많을 것 같다 느껴졌다.

울산이나 대구같은 산업도시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는 대전이나 아님 대만의 까오슝, 타이난같은 분위기였다.

군데군데 도요토미 히데요시 관광 상품이나, 관광지가 나타나는 건 아주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역사를 배제한 체 바라본 도시 자체는 꽤나 흥미로운 도시임이 분명하다.

나고야의 명물들을 많이 먹지 못하고 와 조금 아쉽다. 엽기적인 음식들이라고 불리는 그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는데 나고야 시내에선 생각보다 멀쩡한 음식들만 팔고 있었다.



1박 2일이라 하지만, 사실상 2박 2일이다. 도쿄에서 6시간 걸리는 나고야까지 나이트버스를 타고 갔다. 다행이 집근처를 지나는 고속도로에 정류소가 있어(??) 고속도로까지 걸어갔다.


정말 고속도로로 올라가면서도 피식피식했다. 계단을 올라가면


고속도로 한 복판인데, 고속버스 정류소가 있다. 도쿄역서 출발한 버스가 여기, 토메이 에다 정류장을 거쳐간다.


버스는 만석이 아니었다. 나는 맨 앞자리였는데, 심지어 앞 줄은 나를 제외하고선 아무도 없었다. 일단 좌석에 담요가 놓여 있어 놀랐다. 비행기인줄.


그리고 버스는 엄청 고요했고, 기사 석과의 사이에도 암막 커튼이 쳐져 있어 완벽한 수면 환경이 조성되었다. 출발할 땐 기사 아저씨가 ‘오야스미나사이’ 라셨다. 얼른 자야할 것 같았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ㅠㅠ 실내가 어두워 내 뒤에 누가 앉은 줄 알고 좌석도 못 제끼고 불편하게 잠들어갔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놔… 뒤에 아무도 없었다ㅠㅠㅠ 힝ㅠㅠ


여튼 새벽 6시 나고야 JR역에 도착!


가이드북이 말하길 나고야 JR역이 역 중 가장 높은 건물이라던데. 여튼 오늘 비가 올 지도 모른다 하더니, 엄청 쾌청했다.


나고야 지하철 원데이 패스를 끊었다.


뭔가 할 말이 많고, 다급해 보이는 표시들.


코코이치방이 나고야 출신이라던데, 막상 들어가진 않았다. 뭐 다 거기서 거기겠지.


일단 짐을 숙소에 맡기러 걸어가는 중이다. 하천에 비친 풍경이 아름다워.


내가 예약한 곳이 일반 게스트하우스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엄청 비싼 료칸이었다 후덜덜. 료칸 중 방 두 개를 도미토리로 운영중.


일본식 정원도 있고, 정원 뒤로 자그마한 온천도 갖고있다. 온천은 저녁 5시부터 아침 8시까지인데 딱 시간이 맞아 아침에 짐을 맡기고 온천을 하면서 좀 씻었다ㅋㅋ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마루노우치 근처라 출근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나 혼자 카메라들고 쫄랑쫄랑 다니려니 뭔가 죄책감이 들었다.


여튼 아침을 먹으러 간 곳은 고메다커피. 음료를 시키면 아침식사를 준다는 그 곳으로 갔다.


일본에서 카페오레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것 같아 카페오레를 시켰다. 잘 구워진 두꺼운 빵과 팥앙꼬가 나왔다. 팥이 달지 않아 맛있게 잘 먹었다. 이렇게 해서 400엔밖에 안한다니!


아침을 먹고 나왔는데도 여전히 9시라, 뭘할까 고민했다. 대부분의 구경거리는 10시에 오픈이니까, 오픈 시간과 상관 없는 나고야항에 가기로 했다.


나고야항도 너무 이른 탓인지 사람이 많이 없었다.


남극인지 북극인지 탐험했다는 배와 프로펠러. 뭐랄까, 말뫼를 떠올리게하는 조형물들이다.


저 멀리 보이는 풍경들.


나고야항 바로 앞에있는 건물은 선박의 관제실처럼. 아침 10시인가 10시 반부터 오픈이라길래 올라가진 못했다.


다리 위에서 항구를 구경하는데 저 멀리, 엔지니어들을 터그보트가 태우러 오길래 그 광경을 구경했다.


그리고 나고야항의 가로등은 펭귄을 닮았다. 이런 펭귄 수십마리가 주르륵 놓여있다.


나고야의 지하철 노선도는 뭔가 항상 엄청 다이나믹해보였다.


다음 관광 장소는 노리타케의 숲으로 정했는데, 올라가는 길에 나고야 국제 회의장을 지나길래 얼른 내렸다.


뭔가 행사가 있는지 대량의 아주머니들이 회의장을 향해 걸어가시고 계셨다.


여기가 바로 나고야 국제 회의장 Century hall. ZARD what a beautiful moment 투어가 열렸던 곳. 내부에선 행사 준비중이라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


센터에서 나와 노리타케의 숲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앗 뭐랄까 나고야식 음식인갑다. 파스타인데 뭐랄까 팥이랑 생크림같은게 올려져 있어 보였다.


드디어 도착. 사실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인데, 굉장히 유명한 브랜드라 한다. 노리타케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자사 홍보 및 조그만 아울렛 및 공원.


내부엔 조그만 개울이 흐르고, 너른 잔디에 아름다운 건물들이 놓여있었다.


벽돌건물이 푸른 잔디랑 파란 하늘이랑 어울려 기분이 좋았다.


헉? 포뇨 그릇이다 포뇨


그나마 이 아울렛에서 맘에 들었던 조합의 그릇. 다른 그릇들은 별로였다. 영 내 취향이..


뭐랄까, 나도 나이가 들면 이런 그릇들을 좋아하게 될까?


샵을 나와 정원으로 걸어갔다. 예전에 사용했던 것 같은 굴뚝들이 있었다.


정원을 나와 조금 걸어 토요타 기념관에 갔다.


생각보다 규모가 굉장히 컸다. 나중에 알고보니 도요타 방직공장이 있던 부지를 그대로 기념관으로 바꾼거라 한다.


입장료는 500엔인데 지하철패스를 보여주니 100엔을 깎아줬다.


기념관 입구 앞에 있는 방직 기계. 작동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때를 놓쳐 그 모습은 보지 못했다.


난 사실 도요타가 방직부터 시작한 지 전혀 몰랐다. 차근차근 그 이야기를 훑어보니 이해가 되긴한다. 여튼 생각치도 못한 솜을 여기서 보니 조금 놀랐다.


방직 기계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정말 방직의 A부터 Z까지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다 작동하는 것들이고, 문제가 생긴건 엔지니어가 안에 들어가 직접 고치고 계셨다.


각 방직 단계에서 생산된 결과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게 해놨다. 인풋과 아웃풋을 일깨워주니 이해가 좀 쉬워졌다.


어떻게 그렇게 헐거운 솜이 실로 변하는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알겠다.


아직 마지막 단계는 아니지만, 중간단계에서부턴 정말이지 실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


털뭉치가 실로 변하는 순간.


그리고 자동차관으로 넘어갔다.


옛날엔 이렇게 나무로 틀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 철판을 두드려 하나하나 직접 맞춰 조립했다 한다.


그리고 다른 브랜드는 차체의 일부분은 나무를 사용했는데, 도요타가 처음으로인지 어쩌고인지 차체 전체를 철로 만들었다 함.


엔진이나 각종 기관 및 부속품 전시도 굉장히 많았다. 진짜 기계알못인 나는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차를 조립하는 과정들도 직접 볼 수 있게 해놨다. 이런거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진짜 반나절이고 한나절이고 여기 머무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기념품샵으로 넘어와 뭘 살까 고민하다 이걸 사왔다. 공구모양 스푼 및 포크ㅋㅋ


도대체 도요타 차들이랑 카레랑 무슨 상관이 있는 지 모르겠다.


기념관 구경 전엔 몰랐는데, 보고 나니 이 포스터 정말 잘 만든 포스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곤 걸어서 근처 북오프에 갔다. 물론 구하고 싶은 것들을 구하지는 못했다.


나고야 지하철 보라색 라인은 순환 라인인데 어디행 이라고 적지 않고, clockwise, counter clockwise 로 방향을 적어 놓는다.


히츠마부시란 단어를 만들어냈다는 호라이켄 본점에 갔다. 육교를 건너서부터 저 멀리 엄청난 줄이 느껴졌다. 도착한게 1시인데 일단 예약을 해야하고 최소 2시 30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했다. 앗… 3시에 나고야 아사히 공장 예약했단 말이에요ㅠㅠ 눈물을 흘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나고야 아사히 공장에 가는 길에 나고야 돔이 있어 들렀다. 전철역부터 주니치 드래곤스 사진들이 많이 붙어 있었는데 선동열, 선동열이 없었다.


나고야 돔이 보인다.


나고야 돔 뚜껑.


나고야 돔이고 자시고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니 밥을 먹어야겠다. 건너편 이온몰로 이동!


주니치 드래곤스 기념품샵이 이온 몰에 있었다.


뭘살까 고민하다 후치코 상을 사왔다. 선동열을 생각해 투수 후치코로 사왔다.


이온몰에 있는 야바톤에 갔다.


나고야돔 근처라 그런지 선수들 유니폼이 엄청 많이 걸려 있었다.


야바톤의 미소카츠가 맛있다길래 궁금해 와본건데, 미소카츠는 정말로 괜찮았다. 한 번 더 먹어 볼 만한 맛이었다.


원래는 이온몰에서 오조네역까지 걸어가 거기서 JR을 타야 나고야 공장에 늦지 않는데, 아 자꾸 선동열이 맘에 걸렸다. 혹시 그의 사진이 있었는데 내가 놓친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역에 다시 갔는데 아놔… 역시 나의 눈은 정확했다.


덕분에 나고야 아사히 공장에 지각했다 하하하


급한데도 사진은 계속 찍었네 흠? 여튼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라 사진을 못찍었다. 아사히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공장 투어 직원들이 정말 친절해 이거 아사히 좀 좋아해야 되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어 음성 가이드가 있어 좋았다. 그리고 시음 테이블이 지정이라 놀랐다. 나는 12번 테이블이란다.


여태까지 나는 탱크에는 최종 제조된 맥주가 들어가 숙성되는 줄 알았는데 여기와서 설명을 들으며 알았다. 밖에서 숙성하고 내부로 다시 옮겨와 필터링하고 어쩌고하고 다시 밖으로 갔다가 정말 왔다갔다 많이 한다는 것을, 그 많은 양의 액체가 지하에서 움직이고 있을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시음하러 가는 길에 맥주탱크.


오늘의 시음 맥주는 세 가지 란다.


일단 처음 마신 아사히 슈퍼드라이!


아까 테이블 번호가 뭔가 했더니 나는 한국인 테이블이다 하하하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와 같은 타임엔 모두 일본인이었다.


가이드 언니가 계속 테이블을 방문하며 이것저것 챙겨줬다. 그리고 이 과자를 꼭 먹어보라고, 맛있으면 팔고있으니 꼭 사가라고 하셨다.


두 번째 마신 것은 아사피 드라이 프리미엄. 언니가 이 순서대로 마시랬다.


테이블이 무지 많아 배치가 엄청 띄엄띄엄 되어 있었다. 완벽히 일행끼리만 마시게 되어있는 구조.


친절한 가이드 언니가 맥주캔을 따르는 법을 친히 시전. 물론 아사히 잔을 팔기 위한 상술이란 것을 알면서도 눈길이 간다.


마지막 마신 것은 아사히 스타우트. 아 여기 잔이 커서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오? 옥외 탱크를 처음 만든 것도, 알루미늄 캔맥주를 처음 만든 거도 몰랐다.


맥주를 다 마시고 기념품 샵에 들어갔다.


수많은 잔이 있었지만


나고야 공장이 박힌 맥주잔을 사왔다.


기프트샵 봉투가 너무 예뻐. 가지 못한 가나가와 공장 그림도 보인다.


안녕 아사히! 생각해보면 아사히를 싫어하는 이유는 맥주 중 가장 왜색이 짙어서인 것 같다. 공장 투어를 하면서 옛 아사히 병맥 디자인엔 전범기를 사용했던 것도 맘에들지 않았다.


여튼 알딸딸하게 기분좋게 전철역으로 걸어가는 길.


세븐일레븐 아이스크림 자판기를 만났다. 민트맛이 없어 그냥 지나칠까 했는데, 왠지 이번에도 지나치면 진짜 영영 맛보지 못할 것 같아 스트로베리맛을 뽑아 먹었다.


기대 이상이긴 했지만, 또 먹을 것 같진 않다.


오조네역에서 내려 북오프에 들렀다.


뭔가 여기 북오프 앞엔 자전거들이 전투적으로 서있었다.


헐 ZARD CM selection 을 끼워파는 골든베스트라니… cm selection 만 갖고싶었다.


지하철을 타고 료칸에 체크인 하러 가는 길. 아침에도 만났는데, 사진은 이제서야 찍었다. 일본에서 만나는 궁서체 느낌의 폰트는 처음이다.


하늘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다. 얼른 짐을 두고 나와서 해지는 걸 찍으러 가야겠다 생각했다.


방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좀 씻었고, 짐정리를 했고, 잠시 누웠는데 그대로 뻗어 숙면을 취했다. ㅋㅋㅋ 저녁을 먹어야겠단 생각에 8시에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보니 나무위키에 따르면 나고야가 헬스장 뭐시기가 1위라는데 헬스장 처음봤다 나고야서.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점심에 먹지 못한 히츠마부시를 파는 호라이켄의 분점! 사실 별로 기대 안했는데, 진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ㅋㅋ 3600엔에 달하는 가격만큼 괜찮은 식사였다.

이 히츠마부시를 먹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는데,

  1. 밥의 4분의 1을 덜어 그냥 먹어볼 것
  2. 4분의 1을 덜어 파, 와사비, 김과 함게 먹을 것
  3. 4분의 1을 덜어 오차즈케를 만들어 먹을 것
  4. 나머지는 가장 맘에 들었던 방법으로 먹을 것 이란다.

나는 1, 2, 3 중에 그냥 먹는 1번의 방법이 가장 좋았다. 나고야서 보기로한 트레이시가 저녁을 안 먹었다고 호라이켄으로 왔는데 라스트오더가 끝나 나의 남은 마지막 1/4은 그에게 주었다.


트레이시와 함께 오아시스21로 걸어갔다. 나고야 티비 타워가 보인다.


좀 더 일찍 왔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


여튼 오늘 도착했다는 트레이시, 칸과 가볍게 맥주한잔 하기로 했다. 어딜 갈까 오아시스21에 앉아서 폭풍 검색중인데 나고야에서 재즈바가 유명하다길래 거길 가자고 했다. 정말 가고싶던 blue note 는 오늘이 휴무일이라, 근처에 있는 yuri에 가자고 했다.


평범한 카페같은 외관인데


안에는 대형 스피커와 LP로 가득차있다.


12시가 마감인데 거의 12시를 꽉꽉채워 나왔다. 트레이시가 사장님께 부탁해 다같이 사진을 찍었다.


거진 막차를 타고 료칸으로 돌아갔다. 또 역동적인 노선도를 만났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표지판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지는 꽤 되었다. 처음 봤을 땐 분명 어디선가 빛을 쏘고 있다 생각하고 광원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표지판 뒤쪽에 자체 발광체가 달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ㅋㅋ


료칸으로 돌아가는 길은 꽤나 운치가 있었다. 고가도로 아래를 따라 가는 길이라 뭐랄까, 북악스카이웨이 아래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료칸 방의 문을 여니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 이 넓은 방을 나는 오늘 혼자 값싸게 쓰게 되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