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68

나도 몰랐는데, 오래 전에 내가 캘린더에 오늘은 근대미술관 가는 날이라 적어놨더라. 오늘이 무료개방이라 그랬나보다. 가는 김에 겸사겸사 근처에서 가보고 싶던 곳들을 클리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날이 너무 좋기도 하고, 좋은 사진을 담고 싶은 곳들이 있어 무겁지만 DLSR 을 들고 나갔다. 그러길 잘한 것 같다ㅎㅎ

예전같지 않아서 돌아다니는게 힘들고, 걸어다니는 대신 전철을 타고 싶지만 그래도 꽤나 땀 좀 흘린 날이었다.



오늘은 새로 산 티셔츠에, 새로 산 바지, 새로 산 쪼리를 신고 나갔다. Never uncomfortable 이라니 믿어보기로 했다.


하늘이 진짜 너무 거짓말 같다.


하늘을 더 잘 찍고 싶은 마음에 오늘은 아자미노 대신 타마플라자역으로 갔다. 지하철은 1층에서 타는데 괜히 3층까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하늘에 구름이 정말 두둥실! 날이 좋아 저 멀리 요코하마 대관람차도 보였다.


타마플라자역으로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덴엔토시선을 타다 시부야부터 바뀌는 한조몬센으로 계속 탑승한 채 아오야마잇초메까지 갔다.


아오야마 잇초메서 국립신미술관으로 걸어 내려 가는 길. 아오야마 장례식장은 이따가, 점심을 먹고 들리기로 한다.


드디어 국립신미술관에 도착! 하늘 때문에 건물이 더더욱 두둥실거려보인다.


건축물을 사실 내관만 보고싶었지, 외관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보고오니 내관만큼이나 외관이 기억에 남는다.


폴보퀴즈는 3층에 덩그라니 위치해있다. 미슐랭 3스타의 맛이 어떤지 궁금했는데, 런치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길래.


11시가 조금 지나 들어갔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내가 나올 때쯤엔 만석에 이미 줄이 가득했다.


블랑 코스에 오백엔을 추가해 스테이크로 먹었다. 맛있다면 맛있고 맛없다면 맛없을 맛인데, 가격과 명성을 생각하면 맛이 없는 편이다.


이렇게 3층에 덩그라니 떠 있어 묘한 느낌을 풍긴다.


온 김에 신미술관을 구경할까도 싶었지만, 아무래도 여기있는 미술품은 내 취향이 아냐..


대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동네에 있고, 좋아하는 건축물이니까 마그넷을 사왔다.


티셔츠가 너무 맘에 들었는데 사만원이 넘길래 그냥 두고 나왔다. 이외에도 지하에 뮤지엄샵에는 프라이탁도 팔던데, 넘 비싸게 팔더라ㅠㅠ


멋진 하늘과 멋진 건물을 뒤로한 채 아오야마 장례식장으로 걸어갔다.


저 멀리 롯폰기 모리타워가 우뚝 서있다.


아오야마 장의소가 80미터 남았단다. 사실 정확히 어디인지 헷갈려 길을 잃을뻔 했는데, 아까 지나온 거기가 화장터인 것 같아 그리로 갔다. 가는길에 공동묘지를 지나갔는데, 이렇게 번화한 도쿄 한복판에 이렇게 넓디넓은 공동묘지가 있다니란 생각에, 기분이 이상했다.


아오야마 장례식장에 온 까닭은 사카이 이즈미가 죽어 날아간 곳이라 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롯폰기에 오는 김에 오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다 이제야 왔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ZARD의 노래가 괜히 더 짠해지고 기분이 정말이지 묘하고 이상했다.


슬픔을 털고 아카사카로 슬슬 걸어왔다.


아카사카야 말로 진정한 코리아타운이라길래 와 본 것인데, 정말 그런 느낌이 든다. 그래도 뭐랄까 밤이 되면 좀 무서울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국립근대미술관으로 넘어갔다. 오늘이 바로 무료개방이라는 그 미술관으로!


Free 란다.


미술관은 굉장히 well-organized 된 느낌이 들었다. 자 그럼, 미술의 세계로 여행을 떠납시다!


4층부터 차례대로 호실을 구경한 뒤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있다. 리움 미술관하고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반기는 작품은 일본의 병풍들이다.


나도 모르게 영화 아가씨가 생각났다..


미술관에서 가장 좋아한 세잔의 작품! 정말 한동안 멍하니 본 것 같다. 엑상프로방스도 생각이 나고.


경치가 좋아? 그래봤자 쳇 하고 갔다.


웬걸 경치가 정말 끝내준다! 건너편엔 고쿄와 도쿄역 근처의 스카이라인이 쫙 보인다.



다시 관람을 시작. 미술관 안엔 회화 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미술 등 종류가 다양했다. 조각 중 가장 좋아한 작품. 이상하게 묘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 계속 요리조리 보게된다.


직접 저 손 모양을 해보면 얼마나 어려운 지 알거라길래 따라해 봤는데 어렵지 않던데요…


회화도 괜찮은 것들이 꽤 있었다.


이런 동상의 뒤는 어떤지 항상 궁금했는데, 이제야 알았다.


이렇게 만지고 싶게 만드는 채색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일본 미술관이란걸 종종 상기시켜주는 작품들이 있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그린 거라던데, 이걸 이렇게 자랑스럽게 걸어 놓아도 되나 역사를 잘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은 진짜 세상 행복하게 살 줄 아는 사람일거야란 생각이 들었다.


야마토 택배상자를 이용한 설치미술.


오늘 다녀온 미술관 도장 두 개 모두 찍었다.


일층 로비에 앉아 일정을 정리했다. 저 책상과 저 의자, 저 조명 너무 편하고 좋더라. 계속 앉아 있고 싶었다.


뮤지엄 샵에 왔다. 탐나던 달력.


이렇게 엽서를 많이 구비해놨는데, 내가 좋아하던 작품들이 거의 없었다!ㅠㅠ


결국 이 두 작품만 사왔다.


그냥 스쳐지나갈까 다음에 다시 오면되지 하다가, 고쿄 동원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다음에 또 언제 오겠냐는 생각에.


원래 무료 입장인거겠지?


안은 넓고 햇빛이 쨍했다.


포켓몬 잡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포켓몬 잡고 기분 좋아진 나.


동원에서 나와 근대미술관 공예관에 갔다. 공예관도 오늘 무료 입장이란다.


내부는 엄청 근대 건물이었는데, 소장품은 그저 그랬다.


제일 괜찮던 유리로 만든 공예품. 탐난다.


탈린이 생각나는 접시. 이런 접시에 음식 담으면 맛없어 보일거야.


드디어 부도칸으로 걸어간다.


부도칸 도착! ZARD what a beautiful moment 가 열렸던 부도칸에 꼭 와보고 싶었다. DVD를 보면 부도칸어쩌고저쩌고 말하는 게 나온다.


안에 못들어올 줄 알았는데 오늘 검도 대회가 있어 맘껏 돌아다녔다.


그런데 검도가 생각보다 재밌어 계속 앉아 봤다.


부도칸 지붕이 나오게 한 컷!


부도칸을 배경으로 찍으려 했는데 잘 안되었다.


그리고 걸어간 곳은 야스쿠니 신사다.


언젠가는 한 번 가봐야 겠단 생각이 들었었다. 니네가 얼마나 잘 사나 함 보자 하는 심정으로? 그런데 정말 입구부터 신사를 보는 내내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신기하게 정말 구역질의 느낌이 났다.


일본은 온 동네 방네 올림픽 응원 중이다. Dmotion 으로 드라마 스트리밍 볼 때도 자꾸 올림픽 응원 광고가 나와 짜증난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후타코타마가와 강변의 석양이 너무 예뻐, 얼른 전철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시 후타코 타마가와로 돌아가는 반대 전철을 탔다.


진짜 온 플랫폼이 그림으로 가득했다. 거대한 미술관 같았다.


반칙이야 반칙!


오늘 도큐프라자에서 오렌지를 50엔에 파는게 아닌가! 미친듯이 주워담아 왔다ㅋㅋㅋ 이렇게 과일 싼 거 처음 본다. 왼쪽 과일은 뭘까 고민하다 두 개 사왔는데 으 엄청 쓴 자몽이다. 왜 자몽 먹으면 다이어트가 되는지 알겠다 식욕이 사라진다.


아자미노도 석양이 아름다웠다. 오늘 도쿄에 온 사람들은 정말 복받은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