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64

새벽 4시 반에 하네다에 도착해 집으로 돌아오니 5시가 넘어 있었다. 침대를 보자 누워 뻗어버리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짐을 다 정리하고 그제서야 침대에 누웠는데 그대로 스르르 잠에 들어 버렸다. 일어나니 몸이 찌뿌둥해 목욕탕에 다녀오기로 했다. 밀린 때도 좀 밀고.



새벽에 본 도쿄 하늘도 멋졌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도쿄 하늘이 끝내줬다. 아자미노 역으로 걸어가는 길. 미국으로 가기 전만큼 덥지도, 습하지도 않았다.


어느 목욕탕에 갈까 폭풍 검색하다가 아오바다이 근처에 있는 곳에 가기로 했다. 마침 아오바다이에 들릴 일도 있어서.


그 일은 바로바로 이 김전일 티셔츠를 사는 일!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빙고에서 그냥 두고 나왔던 게 자꾸 생각나고 맘에걸려 하네다공항서 폭풍 검색하다가 이 티셔츠를 아마존에선 꽤나 비싸게 팔고있단 걸 알게되었다. 미국으로 출국하는 아침에 잠깐 서둘러서 이걸 사올까 말까 하다가 그냥 출국을 했었다. 미국에 가있는 동안에도 ‘일본 돌아가서 바로 할 일: 김전일 티셔츠 사기’ 를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다녔었다.


그리고선 목욕탕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 이동네 이름 괜히 ‘~오카’ 로 끝나는게 아냐. 엄청 오르락 내리락 언덕을 오가야했다.


드디어 이 고속도로만 지나면 저기에 목욕탕이!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표를 끊고 들어갔다. 내부는 찍을 수 없었지만 두 시간정도 있었던 것 같다. 특히나 여기로 온 이유는 노천탕이 있어서이다. 탕 안에 들어가있다가 아무것도 입지 않고 썬베드에 누워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완전한 자유를 느꼈달까나… 한국에도 이런 노천탕들이 많음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음 아마 안 될거야 범죄가 많이 일어날거야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계속 귓 속에 윤종신 그늘이 맴돌아 따라 불렀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이상했던 건 (내가 간 곳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한국보다 절수형 패드에서 물이 지속되는 시간이 두세배는 되는 것 같았다.


목욕을 끝내고 자판기서 뽑아먹은 우유는 진짜 끝내주게 맛있었다.


갈 때는 아오바다이 역까지 데려다주는 셔틀버스를 타고 갔다. 다음에 올때는 이 버스를 타고와야지.


덴엔토시선을 타고 아자미노로 돌아왔다. 석양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앉아 왔다.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잘 찍히지가 않았다. 무심결에 내가 앉아있는 반대쪽 창문을 바라봤는데 화들짝 놀랐다. 석양만 아름다운게 아니라 눈부신 태양이 사라진 반대쪽 하늘이 더 청량하고 맑아 너무나 아름다워보였기 때문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뭐가 너무 맘에 안들고 불평불만이 가득일지라도, 그 안 좋은 면만 보지 말고 다른 한 면도 살펴보면 사실은 꽤 괜찮은 어쩌면 흙 속 에서도 구슬을 만날 수 있지 않나 뭐 그런 말도 안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냥 방으로 바로갈까 하다가 아자미노 역 앞에 타리즈 커피에 들어갔다. 아아… 그런데 여기 와이파이가 안 된다한다.ㅠㅠ


건넌편 도큐스토어에서 식재료를 좀 사왔다. 원래는 과일을 사러 들어간건데, 갑자기 호루몬이 땡겼다. 오늘 호루몬들은 상태가 영 별로길래 대신 우설을 사왔다. 우설 옆에 놓여있던 이게 무슨 부위일까 도저히 모르겠어서 사진을 찍어왔는데, 검색해보니 돼지 심장이란다.


섬유유연제를 사는걸 깜빡해 santoku 로 들어가 사왔다. 간 김에 3층에 캔두에도 가서 투명테이프를 사왔다. 시바가 계속 나를 보고 웃길래 시바도 데려왔다.


저녁으로 집근처 가라쿠 라멘집에 갔다. 미소라멘을 시켰는데, 덜 짜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