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025
28, February (Fri)
어젯 밤부터 가방을 꺼내놓고 까먹지 않으려 이런 저런 것들을 하나씩 넣어놓고 있었다. 통화를 한 뒤 가방을 풀지도 않은 채 구석에 두고, 일을 마무리 지었다. 복싱장에 다녀올까 했는데 힘이 나질 않아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늦게 일어나 아직 마지막 한 타임이 남은 영화를 예매해 보고왔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비 냄새가 가득인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했다. 분한가, 속상한가, 슬픈가, 내가 갖는 감정이 무엇인지 파고들었다. 나를 배제하고, 상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봤다. 결국엔 어쩔 수 없이 각자가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것들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동의 없이는 서로 누가 더 양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 생각했다. 양보, 그까짓거 좀 더 손해보고 하면 어때. 그런데 그것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져 둘리가 되는 순간 차오르는 화가 견디기 힘들었다. 생각보다 금방 올수도 있고,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날에 만나기로 약속하며 최소한 이번 주말만큼은 나 스스로만을 생각해보기로 결심했다.
27, February (Thu) 🥊
결국 일주일동안 돌고돌아서 깨달은 솔루션은 원론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월화수동안 들인 공이 아까웠지만 너무 늦기 전에 알게되어 다행이었다. 날이 무척 따뜻해 반팔을 입어도 쌀쌀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복싱장에 다녀왔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영화를 한 편 봤다. 술을 좀 마실까 했는데 하루동안 불려놓았던 파로의 포만감이 너무 커서 술 생각이 나지 않았다. 3일간 당근판매를 위해 나섰던 오후 3시의 편의점 앞에서 마주친 광경이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26, February (Wed)
오늘은 당근으로 LP 판들을 팔았다. 뜻밖에 스위치도. 온화함과 똑부러짐의 공존에 대해 생각한 날이었다. 오늘도 복싱을 가지 못했는데, 대신 넓어진 운동방에서 매트를 깔아놓고 쉐도우복싱과 홈트를 즐겼다. 씻고, 탄산수를 하나 챙겨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25, February (Tue)
좀 아팠던 것만 빼면 평범하게 돌아온 화요일이었다. 동백 화분을 베란다에 내놓았다. 일과 이후엔 당근으로 LP플레이어, 거꾸리, 키보드를 팔았다. 피곤했는지 온수매트가 켜지지 않은 것도 모른채 잠들었다.
24, February (Mon)
진짜로 컨디션 난조의 날. 다시 트랙으로 돌아오려 노력했는데 오후쯤이 되서야 책상에 앉았다. 새로운 키보드가 도착했다.
23, February (Sun)
드라이브와 커피, 멍게. 여행을 추억할만한 컵을 사고, 도시로의 복귀. 아무래도 굴을 좋아하지 않나봐~ 속이 미식거려 잠드는데 고생을 했다.
22, February (Sat)
통영에 왔다. 미륵산 정상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강구안으로 걸어 돌아오는 시간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21, February (Fri)
여유롭게 일어나 하루를 보냈다. 칸반에 할 일을 쌓고 칸을 이동시키는 재미가 있는 날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집을 나서기 전 곳곳을 정리하고 청소했다. 그간 팔고 싶었던 물건들의 사진도 잔뜩 찍었다. 집을 나선지 두시간이 훌쩍 넘어서 마주쳤는데 그 차가움에 마음이 시렸다. 울컥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본질을 생각하려 노력하니 미안해지기도 했다.
20, February (Thu) 🥊
와신상담하는 마음으로 점심에 샐러드를 먹었다. 일과 시간을 열심히 달리고, 복싱장에 가서 또 달리고, 마침내 맞이한 순마카세. 소주 반 병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여느 때보다도 빨리 캘린더에 만족 스티커를 붙였다. 노션에 칸반보드를 만드는 여유까지도 생긴, 다부진 걸음을 옮기는 하루였다.
19, February (Wed) 🥊 🏃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올 초부터 목에 걸리적거리는게 느껴져 갑상선을 의심했는데, 초음파를 보니 이보다 더 깨끗할 수 없다했다. 아무래도 식도염이었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려 했는데 진료가 너무 일찍 끝나 그냥 돌아왔다. 마저 일을 하다 운동을 다녀왔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조용필 대전 콘서트 예매에 성공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긴 통화를 했다.
18, February (Tue)
부리나케 달려서 잠들기 전에 1차 분류를 끝낼 수 있었다. 요즘 심하게 캠핑 뽐뿌가 와서 의자와 따뜻한 커피라도 들고 나가 분위기좀 내볼까 싶었지만, 모자란 시간에 다음으로 미뤘다. 병원 예약 때문에 일찍 잠들었다.
17, February (Mon) 🥊 🏃
아침 일찍부터 라면을 끓여 먹으며 힘을 끌어 올렸는데, 그 이후에 가볍게 먹어서인지 하루 종일 몸이 굉장히 건강해진 기분이었다. 오늘은 반드시 일을 마무리 짓고 싶단 생각으로 달렸다. 새로 의자를 살까 고민하다 지금 문제는 의자가 아니란 생각에 말썽이던 의자의 바퀴를 분해해 깔끔히 조립했다.
16, February (Sun)
남은 닭으로 닭도리탕을 만들어 먹었다. 어제 끝낸 영화의 여운을 이으며 다른 영화들을 감상했다. 가보고 싶던 충대 숲길을 걸었다. 해가 질 무렵 깜깜해지는 숲길이 좀 무섭기도 했지만 대체로 기분이 상쾌했다. 하루를 더 미루며 주말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15, February (Sat)
오전에 극장에서 애플워치를 찾아오며 커피를 포장해왔다. 점심으로 드디어 롯데리아의 나폴리맛피아 버거를. 오후엔 컴퓨터를 좀 하다, 장을 봐오고 닭을 구웠다. 영화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14, February (Fri)
점심엔 병원 순회를 했다. 의심했던 강직성 척추염이 아니라 한다. 그럼 그냥 장요근의 만성 염증이려나. 오랜만에 시사회로 극장에 다녀왔다. 크게 기대치 않았던 작품에서 받는 감동이 있었다. 동네에서 가보고 싶던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배부르고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영화를 보다 애플워치를 극장에 놓고온 것을 알게되어 발을 동동 구르다 잠들었다.
13, February (Thu) 🥊 🏃
어젯밤 돌려놓은 코드의 결과가 잘 나왔는지 궁금했는데다가 아침에 확인하게된 새벽의 회의 인비 덕분에 밍기적거림 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을 후딱 먹고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기도 했다. 눈이 녹아 좀 질척거렸지만 상쾌했다. 오늘부터 식후 가벼운 운동을 항상 지켜보기로 하며, 캘린더에 줄을 그었다. 편해서 던진 말이 타인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이 될 수 있단 사실을 상기하며.
12, February (Wed) 🥊 🏃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살짝 열어보니 온 세상이 하얬다. 아침 일찍 귀밝이술을 한 모금 마셨다. 늑장을 부리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노은동에서 얼큰한 짬뽕으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도 마저 달렸다. 차를 우려놨다는 것을 깜빡할 정도였다. 저녁으로 샐러드 대신 오곡밥과 반찬을 사와 먹었다. 녹아내려 찐득해진 눈을 밟아 복싱장에 다녀오며 보름달을 구경하기도 했다.
11, February (Tue) 🏃
결국 컴퓨터는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날이 부쩍 춥게 느껴진다. 고민하다 뒤늦게 충대에 가서 뛰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귀밝이술로 마시려 미리 주문해둔 와인도 픽업했다.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며 오래 전화를 했다. 결국은 나와 우리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10, February (Mon) 🥊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레 눈이 내리기도 한 날이었다. 아침에 한 이별이 못내 아쉬웠다. 자정이 지나서까지 컴퓨터를 잡고 무엇이 문제인지 한참을 고민했다. 옆동네에서 들려온 마음아픈 소식에 잠들기 전 오래 핸드폰을 잡고있었다.
9, February (Sun)
오랜만의 재회를 뒤로한 채 집으로 내려오는 길. 이런저런 곳들에 들려 시간을 보내며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서 유리에 반사되는 햇빛이 따뜻해 잠깐 졸기도 했다. 오랜만에 먹는 뜨끈한 태평소와 동계아시안게임 하이라이트로 주말을 마무리한다.
8, February (Sat)
오피스를 구경하고, 장어로 몸보신을 하고, 진접으로 넘어갔다. 피곤함이 가시는 고스톱 랠리가 즐거웠다. 봉선사를 찍고 오는 산책 시간이 좋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봉선사는 조용필이 첫 번째 결혼식을 비밀리에 올린 절이었다 한다. 기회가 되면 다음엔 광릉수목원까지 다녀와보고 싶다.
7, February (Fri)
오랜만에 늦게까지 일과를 이어나간 금요일이었다. 오랜만에 재회해 찜갈비를 맛있게 먹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쓰레기도 버릴겸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뽀득뽀득 밟았다. 반짝거리는 눈송이가 아름다웠다.
6, February (Thu) 🥊 🏃
하얀 오픈카를 타고 떠나는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꿈에서 깼다. 꿈이 사실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해보려고 한 것에 속도가 잘 나지 않는 날이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운동을 다녀와 저녁을 먹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다가 집에 남은 와인 반 병을 비웠다. 늦게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101번째 프로포즈>를 끝냈다.
5, February (Wed) 🏃
그냥 미안하다 한 마디면 되는걸, 먼 길을 돌아왔다는 생각하며 자책했다. 어젯밤엔 여느때처럼 똑같이 잠들었는데 새벽녘에 너무 건조하게 느껴져 잠에서 깨기도 했다. 오늘은 복싱 대신 해가 지기 전에 집을 나서 충대를 뛰고왔다. 좀 더 잔잔한 asmr로 알람 음악을 바꿔보았다.
4, February (Tue) 🥊
작년 말부터 노동요로 쭉 들어오던 조용필 전집을 마무리했다. 투두리스트를 지우며 열심히 달린 날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복싱장에 다녀오는데 부쩍 날씨가 추워진게 실감난다. 영화언니가 보내준 차가 도착해 조금 우려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랫동안 찬장에 보관해오던 카레를 꺼내 명절에 남은 식재료와 함께 끝냈다. 무언가를 사기 전에 가진 것을 모두 소진해버리는 기분이 홀가분하고 행복하다.
3, February (Mon) 🥊
긴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월요일. 조용필 17집과 아믈랭을 노동요로 들었다. 식도가 아파 고생을 좀 했다.
2, February (Sun) 🏃
일찍 일어났다 다시 잠들어 점심을 훌쩍 넘겨서야 일어났다. 불평불만없이 파스타맛 파스타를 먹고,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낸 것이 무척 좋았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만 해도 함박웃음이 지어지는 것.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충대를 뛰었다. 다시 주말을 기약하며 달력을 찢었다.
1, February (Sat)
친구들을 만나러 이른 아침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점심엔 오랜만에 수민이를 만나 격조했던 시간을 풀었고, 저녁엔 미라클모닝 친구들을 만났다. 타임어택을 하며 대전으로 내려왔는데, 버스 아저씨가 폭풍 드라이브를 해주신 덕분에 센트럴에서 집까지 딱 두시간에 끊을 수 있었다. 두 약속의 사이 시간이 비었을 때 성수와 뚝섬을 걸었는데,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 음악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