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야스지로 / Ozu Yasujiro
시네마테크 부산 / KOBIC / ISBN-13
오즈 야스지로 감독을 탐닉하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 오즈의 영화를 진득하게 접한 것이 2016년 여름 도쿄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던 시기였고, 한국으로 돌아와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 시기가 좀 더 일렀으면 교환학생 기간 동안 ZARD가 아닌 오즈 탐험을 하고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되려 그 덕분에 이후의 일본 여행들에서 느린 호흡으로 발자취를 따라다니게 된 것이 영화의 색채화 더 맞아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2004년, 지금은 영화의전당으로 합쳐진 과거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장 르누아르,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로베르 브레송, 그리고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세계를 수집한 영화예술 총서를 발간했었다. 중고로 마지막 권을 어찌 구했었는데, 요즘 인터넷 중고가를 보니 조금 일찍 (그마저도 무척 늦었었지만..) 구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던 건가 싶다. 수집 이후 마치 책의 내용이 이미 내 것이 된 것인 양 오랫동안 책장에만 방치하다가, 더 늦어지기 전에 읽어 유형이 아닌 무형의 자산을 마음속에 남기기로 하며 읽었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평론부터 영화 하나를 다루는 평론까지 다양한 필자의 서로 다른 시각을 통해 영화를 투과한다. 이미 본 영화들과,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 모두 다시금 낯설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오분시해 왜 그것이 특별한지, 왜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도 좋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영화와 감독에 대한 해부에 학을 떼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을 처분하려 읽기 시작했는데, 되려 이 책을 오래 간직하며 영화 한 편을 새로 꺼낼 때마다 이 책도 다시 꺼내보고 싶단 생각이다.
오즈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억제하면서 자신의 템포와 구도의 틀 속에 배우를 집어 넣으려고 했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리허설을 거듭하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배우들을 인형처럼 조종함으로써 전례 없는 양식미를 창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식미는 생기 없는 연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오즈의 조감독이었던 이마무라 쇼헤이는 오즈 감독이 배우의 살아있는 역동성을 모두 박탈해 버린다고 비판하고 조감독직을 사퇴했다. 요시무라 조감독도 오즈의 영화 속 인물들이 모두 식물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오즈는 “내 영화는 구로사와의 영화처럼 옥타브가 높지 않다.“며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형식성의 목적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말할 순 없지만 이것은 영화를 완벽한 정물화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각각의 화면을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안정된 구도와 분위기를 통해 내적으로는 엄격한 긴장감을, 외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평온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 사토 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