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 What's So Amazing about Grace

Philip Yancey / KOBIC / ISBN-13

박사 학위를 취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원총 활동으로 알고 지내던 이교수님께 선물을 받은 책이었다. 당시 좀 읽어보려 하다 잘되지 않았고, 한동안 책장에 쭉 꽂혀만 있었다. 3월이 되며 이 책을 꺼냈고, 3월의 절반이 되기 전에 끝냈다.

책을 읽으며 좀 놀라운 부분도 있었고, 여전히 의아한 부분도 많이 남았다. 이 감상문을 쓰려 인터넷에 책을 검색했을 때 2026년 1월, 이 책의 저자인 필립 얀시가 불륜 사실을 고백하며 모든 활동에서 은퇴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마치 이 사건까지가 책에서 말하는 내용의 완성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종교가 없다. 종교들을 경멸하는 것은 아닌데, 전적으로 믿고 나를 맡길 만큼 신뢰하지 못했다는 것이 종교를 갖지 못한 주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다는 종교적 체험에 여전히 궁금증을 갖고 있다. 단순히 텍스트로 얻는 즐거움을 넘어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을 진행 중이었다.

이 책이 논리적으로 내가 가진 궁금증들을 해결해 줬다 말할 수는 없지만, 상상해 보지 못한 영역을 tangible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 무척 고무적이었다. 어쩌면 하나님의 존재가, 그를 믿는 누군가들에게는 불멸하는 영원한 후견인이라 생각하니 왜 믿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부자가 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공평하지 않은 은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독교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 거시적인 세계이기 때문에, 눈눈이이의 자세도 제로썸 게임도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이번에 시련을 당했기 때문에 이 시련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 은혜가 아니라, 은혜는 그냥 처음부터 누구나에게 모두 주어진 “은혜"였을 뿐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모진 풍파나 따스한 행복과는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율법에 대한 언급도 꽤나 머리가 지끈 했다. 종교적인 옳고 그름이, 절대적인 옳고 그름과 일치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애초에 태생적으로 세상에 “옳고 그름"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책에서도 예로 들었던 홀로코스트에 대한 관점이라던가, 요즘에도 계속되는 낙태와 동성애에 대한 시선에 있어 기독교적인 잣대를 절대적으로 들이댈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내 개인의 범주로 가져오면, 지금 내가 행하려는 일에 절대적인 선과 악이 없는데, 내게 있어 옳은 선택과 나쁜 선택이 존재하는 걸까 궁금해졌다. 외부인이나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에서만 문제가 있지, 나 스스로에게 있어 당당한 선택이라면 그 선택을 좋지 않은 선택이라 판단할 수 있을까, 하나님은 그 선택을 어떻게 바라볼까.

책을 읽고 나서 기독교에 대한 문을 닫아버린 것이 아니라, 되려 성경을 그 자체로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태어나기 전의 인간의 세상이 너무 길었고, 그걸 짧은 생애 주기 안에 탐독하는 것이 꽤나 버겁게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