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 / Meeting between Architecture of Korea and West
Seockjae YIM / ISBN-13
언제부터 이 책이 서가에 꽂혀있었는지 모르겠다. 어디서 난 책인지도 모르겠다. 책꽂이를 정리할 겸 그런 책들을 하나하나 꺼내보고 있는데, 이번엔 이 책의 차례였다. 겨우내 책상에 두고 하루에 적겐 한 챕터, 많게는 두세 챕터를 읽었다. 차를 타고 바로 현장으로 떠나 실물과 책의 내용을 비교하며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일 때가 많았다. 대신, 네이버맵에 TO-GO 리스트를 잔뜩 채웠다.
다양한 문화에 우열이 있지 않은데 대신 서로 주고받으며 발전해 나갈 뿐이란 시선이 좋았다. 요즘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는 것 같다. 우리는 왜 역사에 집착하고, 우리의 역사가 더 빛나고 아름다운 역사이기를 바라는가. 우리가 지금 갖는 아이덴티티의 정통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인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이해가 가지만, 과욕을 부려 우리의 것이 아니거나 우리가 먼저가 아님에도 왜 우월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함으로써 현재의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과거의 번영이 지금의 우리에게 밥상을 차려주는가. 어디까지를 과거의 번영으로 새기며 자긍심으로 삼는가. 얼마 전 다녀오게 된 이제 문을 닫는 유성시장은 우리의 자긍심을 높이지 않아 사라졌으면 하는 과거의 번영인가.
그런 생각을 더 작은 스코프로 줄여, 나의 과거의 번영은 지금의 나에게 운을 가져다주는가. 완전히 아니라고도 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도 할 수 없는 것들. 얽매이진 말되 자긍심을 갖게 하는 정도로만 마음속에 보관하자, 뭐 그런 생각을 했다.
전공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한옥의 구조와 매력에 대한 시선을 듣는 것이 즐거웠다. 서양 건축과 달리 대칭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높낮이에 대해 열려있어 개방적인 공간이며,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아 공간적인 즐거움을 준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먼스케일을 지키고 있으며, 차경과 장경이라는 점에 있어 서양 건축과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것 등.
올해가 가기 전엔 꼭 수덕사와 개심사, 양동마을, 관촉사에 다녀와봐야겠다.
그리고 위의 몇 개의 예에서 보았듯이 모더니즘 건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2차대전 이후의 서양 현대 건축에서 동양 건축의 아름다움은 다시 한번 대안적 선례가 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영향 관계가 있었다고 해서 한국 또는 동양 건축이 무조건 서양 건축보다 더 우수하다는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우리가 우리 것과 서양 것을 상호 대립적인 관계로 보는 동안 서양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 것으로부터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할 교훈을 배워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는 우리 것을 재래적이라 하며 타파해야 할 구습으로만 여겼던 경험도 가지고 있으며 이것에 대한 반동적 현상으로 우리 것은 무조건 소중하다는 전통 제일주의도 겪어 보았다. 이제는 이러한 극단적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 것과 서양 것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가치를 찾아냄으로써 이 두 문명을 상호보완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동서양은 결국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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