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주례사 / The Monk's Wedding Speech
Beomnyun / DLKL / KOBIC / ISBN-13
이전에 좀 읽다 말고선 읽어야할 책 리스트에만 담아두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IBS 과학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세 권의 책을 고민하던 중 영화 상영시간을 기다리기 전까지 후딱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끝까지 읽는데 두 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책의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인간 관계를 초연해 어떤 사이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마음의 기본 원리에 대해 강조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몇 가지 기본만 상시 유지한다면 세상에 어려울 인관관계가 없겠단 생각을 했다.
단점은 책의 어조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었다. 그 어떤 초연한 것을 다룰 것이라 기대하는 책에서, 화자가 초연한 것을 말하지만 화자 자체는 초연하지 않은 것 같아 그게 좀 마음에 걸렸다. 이 책을 읽는 대상도 어떤 특정 성별과 세대로 좀 강하게 설정된 것 같아 구설에 오를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내용 자체야 인간이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지면 좋을 마음을 단련하는 법리들이라지만 어쩌면 약간은 투머치로 전개되어 거부감 언저리까지 갈 뻔도 했다.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도 어쩌면 그런 비슷한 이유에서 거리를 두게되는 것 같다.
타인을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내 마음을 바꿔 고요하게 지내라 말하는데, 왜 책이 타인인 나에게 이런 저런 길잡이를 하는지 이따금씩 물음표와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대로 둘 수도 있지만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호전적이고 산과 물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만 같아서.
어떤 연인 관계를 떠나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조언으로 좋았다. 다만, 이 법리들을 원문 그대로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법구경같은 다른 경전들을 봐야하지 않을까.
오르기 어려운 절벽을 맞닥뜨렸을 때 어리석은 사람은 거기서 좌절하고 절망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뻐하며 되돌아가든지, 아니면 어떻게 하면 절벽을 올라갈 수 있을까를 연구합니다.
p. 72
따라서 너와 나의 관계가 악연이냐 선연이냐 하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상대가 나에게 비난할 때 내가 한 번 웃어 주느냐, 화를 내느냐가 삼생을 악연으로 만들 수도 있고 선연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p. 189
어떤 사람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기로 정한 시간이 됐을 때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야 하는데"라고만 하고 정작 일어나지 않으면서 “일어나고는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일어나고 싶은 게 아니고, 일어나기 싫은 것’ 입니다. ‘일어나야 하는데’를 혼잣말로 열 번만 되뇌며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기 싫다’는 마음을 볼 수 있어요. 정말 일어나고 싶다면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야 하는데’ 할 것이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일어나면 됩니다. 늘 각오만 하니 스트레스를 받고 인생이 괴로운 거에요. 그냥 하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p. 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