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I'll Be Right There

Kyung-Sook SHIN / DLKL / KOBIC / ISBN-13

이 책이 언제부터 책장에 꽂혀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대학시절 <풍금이 있던 자리>를 흥미롭게 읽고 여세를 몰아 이 책까지 구매했던게 아닐까 추정. 작가의 표절 사건으로 책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책장에만 묵혀두었던 듯 하다.

요즘 책장 비우기에 도전하고 있는데, 구례행 짐을 꾸릴 때 이 책도 함께 넣었다. 여행에서 가벼운 소설을 읽고 싶기도 했고, 이런 식으로라도 읽지 않으면 절대 이 책을 건드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무척 술술 읽히는데 결국 책을 다 읽고난 뒤엔 좀 허무했다. 20대에 읽었다면 감성이 퐁실퐁실 올라왔을지 모르겠으나, 그냥 그게 전부란 생각이었다. 좀 더 나쁜 말로 말하자면 독자를 어떤 판타지에 빠트려 도파민의 감정으로 절이며 바보로 만드는 책. 그런데 이제 이 정도로는 도파민의 감정에도 빠지긴 어려운, 뭐 그런. 있어보이는 것들을 엮는다 해서 스스로가 있어보이게 되지 않는 다는 것을 2010년의 신경숙은 아직도 몰랐던 것일까.

이 책 덕분에 인생의 황금기에 갇혀 성장하지 못하고 영원히 청년으로 남아버린 몇몇을 떠올렸다. 껍질을 깰 줄도 모르고, 그게 껍질인줄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 예전에는 연민을 느끼기도 했는데, 그건 나의 오만이란 생각에 그조차도 멈춰버리고 인연을 멈추기도 했다. 어쩌면 나 역시도 무언가에 사로잡혀 평생을 갇혀버린게 아닌가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