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왕국을 세워라

Byung-hoon LEE / KOBIC / ISBN-13

언제 이 책을 샀는지 가물한데, 아마 인터넷으로 중고 서적을 살 때 최저 금액도 맞출 겸 겸사겸사 골랐던 것 같다. 한동안 책장에 꽂혀만 있었는데, 요즘 책장비우기캠페인을 진행하며 책장 밖으로 뽑아 들었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병훈 감독의 드라마에 푹 빠져 청소년기를 보낸 것 같다. 5학년 때의 일기엔 온통 허준 얘기밖에 없고, 중학생 때는 대장금의 영향을 크게 받아 글짓기의 주제가 파자나 운명같은 온통 대장금 속 자그만 에피소드들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돌려보고 감명받는 작품은 <상도>이지만.

그의 왕국은 그렇게 영생하는데, 왜 그 왕국을 만든 이병훈이라는 감독은 영생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절절히 드러나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좀 안타까웠는데,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게 이병훈이라는 위대한 감독의 면모를 보고싶어서라기 보다 내가 좋아했던 왕국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였다는 생각을 하니 그 감정이 좀 가라앉았다.

도덕적인 관념 그리고 어떤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서의 권위의식이 굉장히 대단한 사람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그런데 또 그 점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 어쩌면 내가 좋아한건 최완규 작가의 터치였나보다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최완규 작가의 말로 역시..

좋았던 구절이 한 부분 있었다.

“아이디어를 영화나 비디오 같은 영상물만 보고 찾으려 하지 마라. 그 것은 안이한 타성에 빠지게 하는 ㅎ마정이 될 수도 있다. 그보다는 책을 열심히 들여다봐라. 연출을 창의적이게 하는 발판은 책 속에 들어있다.”

영상 매체에만 의존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표절의 욕구를 느끼게 된다. 구도를 잡을 때, 스토리를 만들 때, 액션 신을 찍을 때 언젠가는 인상적으로 보았던 부분을 고스란히 따라할 우려가 있다. 반면에 책은 읽는 사람의 독창적인 해석과 상상력을 요구하고, 따라서 표절의 소지를 많이 줄여준다. 또 책을 읽다 보면 그와 연관된 다른 것을 찾게 되어, 끊임 없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풍부한 연출을 해내는 이유가 다 이런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