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

호호호 / 윤가은

빌린 지 한참이 되서야 끝내게 되었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인데, 그래서 더 미루게 되었던 것 같다. 술술 들어오는 행간을 마음에 쌓을 여유가 없어서.

영화 감독 윤가은의 호불호가 아닌 호호호를 담은 책인데, 윤가은 감독은 상상한 그대로의 사람 같이 느껴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좋아하고, 동네 문방구 같은 아련한 옛 추억이 가득하고, 여름을 좋아하고. 그러고보니 알지 못했던 그녀의 ‘호’도 알게된 것 같다. 청소 중독자이자 노래방 마니아, 빵을 좋아하지만 잘 먹지는 못한다는 사실 같은 것들.

문득 그 시작이 궁금해 옛 단편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마냥 아름답고 예쁘기만 하진 않은 현실을 보는 감독의 마음이 궁금했던 것 같다.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싶은 이가 전하는 203페이지짜리 이야기 보따리였는데, 마냥 지루하기만 하고 언제 그만 말하나 귀찮지는 않았던, 그렇다고 마구 궁금해지진 않는 희안한 책이었다. 비디오테이프나 마트, 문방구 이야기는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소재임에도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오는 신남이 어디선가 단절된 느낌이었다. 왜 나는 함께 신나지 못했을까. 지상에서 허리높이 정도로 붕 떠있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았달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