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역: 송태욱)

나쓰메 소세키의 어떤 작품부터 시작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나쓰메 소세키 플로우 차트를 놓고 저울질을 해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덕분에 도서관에서 그저 손이 가는대로 집게된 “마음"이 나쓰메 소세키 여정의 첫 작품이 되었다.

좋았던 점을 먼저 말하자면, 100년이란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담백한 문체. 그리고 아직도 새롭게 느껴지는 세 챕터의 구성. 인물의 설정, 관계의 설정. 담백하면서도 이따금씩은 아리기도한 즐거운 독서의 시간이었다.

좋지 않았던 점은, 담백함의 반복에서 오는 약간의 지루함. 이건 어디까지나 이 작품의 한계일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 더 간결하지 못했나 이내 아쉽지만, 몇 개월간 신문에 연재된 본들을 묶었다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간도 해결해줄 수 없는 구원에 대해 생각했다. 순간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순간뿐인 것 같다. 그런면에선 이언 매큐언의 atonement와도 닮아있다. 나의 순간을 어떻게 채워야하나, 책을 모두 읽고 창밖을 보며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쓰메 소세키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졸업 전에, 모두 읽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