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시전집

이연주 시전집 / 이연주

91년 시집을 내고 92년 아무도 모르는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시인. 동굴 속에서 허덕이면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고, 그러면서 동시에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은 아이러니함이 이상하리만치 측은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왜 스스로를 가둬야만 했을까?

이연주 시인이 기지촌의 간호사였다는 사실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불속으로 뛰어 들어가던 취화선의 장승업이 생각나기도 했다. 과몰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인간 존재에 대한 고뇌의 수렁에 빠졌다고 밖엔. 왜 그래야만 했을까. 그렇게 스스로의 생을 푹 던질만큼, 용기와 강단이 있는 이들이 있다.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르겠는 집안의 실거미를 보면서도 생을 생각하곤 한다. 이 거미는 나에게 짓이겨 죽임을 당하려 태어나지 않았을텐데. 동일한 생각을 시인은 시로 남겼다. 생의 무게와 굴레에 대해 몇 자루의 생각을 더 넣어.

다양성의 프레임으로 읽히고 있는 책이라지만, 나에겐 분명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만 읽힌다. 세상이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disjoint하게 쪼개어지는 것이 사실 조금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