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 김혜지

이태리부부는 코로나 덕분에 알게 된 유튜버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엔 가이드를 했고, 코로나 이후엔 이태리 현지 상황을 전하거나, 앞으로 다시 다가올 이태리 여행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알고 있는 전부였다. 인스타를 통해 간간이 소식을 전해 받다가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접해듣고선 도서관에 바로 신청했다.

대전 점심 수요 미식 산책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읽다 보니 금방 읽었다.

SNS만으로는 알 수 없던 전후 사항을 알게 된 느낌이다. 어떻게 이태리로 넘어갔고,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 깊은 속마음을 모두 풀었다 할 순 없지만, 최소한 오해는 남기지 않을 만큼의 깊이로 이야기를 풀어놓은 느낌이다. 덕분에 너무 빠져들지도, 너무 피상적이지도 않게 잘 읽었다.

작가가 추천한 곳들을 구글맵에 표시하다 보니, 이전에 다녀온 곳들이 무사히 영업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일부는 사라졌고, 일부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여행의 뽐뿌가 밀려왔다. 나는 영원히 머물 수 없는 사람일까. 혹은, 영원히 머물 곳을 찾아 헤매는 이일까.

월호 스님의 말씀으로 책을 닫는다.

‘걸려 넘어지면 걸림돌이요, 딛고 일어서면 디딤돌이다.’

상황을 탓하지 않고, 지금 내가 챙길 수 있는 행복들에 대해. 덕분에 감상문을 쓰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내려 컴퓨터 앞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