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비건

아무튼, 비건 / 김한민

짜요에게 선물받아, 무주산골영화제에 다녀오며 모두 읽었다.

절반정도까지는 좋았고, 절반은 좋지 않았다. 과학과 공학에 절대적인 옳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후반에서 등장하는 어떠한 통념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부분이 좋지 않았다. 특히나 이런 류의 책에 있어선, 그러한 사실에 대한 반박이 강요나 강조처럼 다가와 조심스럽다.

좋았던 부분을 얘기하자면, 채식을 대하는 작가의 자세에 대한 것들이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딱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앞으로는 귀찮음이 내 행동의 원인이 되게 하지 말자.”

‘의식 있는 식생활’은 단지 취향이나 옵션이 아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의식 없는 식생활’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덕분에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숨겨져있던 의식을 찾았다. 아직 서툴지만 조금씩 닦아내고 있다. 나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진 못하겠지만, 계속 반문하며 살아가고 싶다. 지금 내가 먹으려는게 꼭 필요한 육식인가 같은 질문들을. 얼굴들을 잊지 않으며.

어쨌거나, 짜요의 요청대로 좋은 사람에게 좋은 책을 잘 건네야겠다. 이 책의 여정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