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날개 백 년의 꿈

천 년의 날개 백 년의 꿈 / 다니구치 지로

다니구치 지로의 책을 한가득 빌려놨는데, 읽지를 못하고 있다. 반납예정일-driven 으로 해치우고 있는데, 오늘은 이 책의 차례였다. 아침에 잠깐 시간이 붕 떴는데, 순식간에 읽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그리고 프랑스와 일본의 문화를 잇는 몽상에 대한 내용이었다. 일본 문화에 조예가 깊지 않아 그쪽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8년 전 루브르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유럽에서의 첫 소매치기의 아련한 기억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어찌되었거나 정말 예술에 흠뻑 도취된 시간이긴 했다. 덕분에, 엑상프로방스에서 세잔의 아뜰리에에 다녀온 추억까지도 소환당했다.

체인처럼 거슬러 올라가는 동경. 어쩌면 미드나잇 인 파리와도 닮아있다. 책을 보는 독자까지도 그 체인에 옭아매는 느낌. 2차세계대전에서 루브르 작품들의 대피도 무척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역사.

다니구치 지로 아저씨의 길거리 풍경은 정말 좋은데, 실내에선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진다. 이유가 무엇일까. 공간의 depth가 얕아서 그의 진가가 나타나지 않아서일까?

아~! 사모트라케의 니케의 계단에 서고싶다. 선글라스를 끼고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의 사비니 여인의 조각상 아래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싶다. 무척 여행의 뽐뿌가 밀려드는, 그런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