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 다니구치 지로

아직 도련님의 시대를 읽지 않아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나는 다니구치 지로의 오리지널 이야기가 정말 좋다. <열네 살>, <아버지>, <겨울 동물원>은 마음을 콕콕 찌르는 힘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와 고향으로부터 도망쳤던 주인공이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십수 년만에 고향(돗토리)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주변인으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주요 구조이다. 왜곡되었던 기억을 바로잡고, 얽혀있던 오해를 푸는 과정. 사라져야만 풀어낼 수 있는 응어리들. 그런 이야기가 담담하게 늘어져 있다.

다니구치 지로는 챕터의 귀신같다. 시간과 연속적인 이야기에 대한 그의 생략과 프레이밍의 센스가 정말 좋다. 그림은 말할 것도 없고.

타인의 추억과 회상에서, 내가 괜히 찡하고, 내 추억이 겹쳐지는 것은 무엇이람. 돌아오지 않는 ‘따뜻한 봄 햇살의 온기가 한가득 머문 마루’가 나도 무척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