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산보

우연한 산보 / 글 쿠스미 마사유키, 그림 다니구치 지로

한 번 도전해보는 마음으로 학교 도서관에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들을 왕창 구매 신청한 적이 있었다. 예전엔 한 번 거절을 당했던터라 조마조마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모두 구매를 해주셨다.

가볍게 읽히는 여덟 개의 단편인데, 작화는 역시나 결코 가볍지 않다ㅎㅎ 꽤나 무거운 영의 스크린톤을 붙였다 하는데, 실제 원고가 궁금해진다.

나 역시도 일상에서도, 여행에서도 정해진 큰 틀 안에서의 자유로운 산책을 즐기는 편이라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어느 컷에서인가

TV나 잡지에 나온 곳을 찾아가는 산책은 산책이 아니다. 이상적인 산책은 ‘태평한 미아’ 라고나 할까.

라고 주인공 죠지가 말하는 장면에서 무릎을 탁~!

09년에 일본에서 문고판으로 제작되었고, 국내에는 12년에 1쇄가 나온 것 같다. 덕분에 산책에서 만난 가게들이 없어진 경우도 있는 것 같아, 구글맵을 요리조리 뒤져가며 시간과 장소를 맞춰보는 재미도 있었다. 어느 하늘이 쨍한 여름 날을 담은 구글 스트리트를 헤짚다보니, 짧은 도쿄 여행을 다녀온 기분. 특히나 소설의 주 무대가 된 나카노, 코엔지, 키치죠지 근방은 정말 한적한 도시를 산책하기에 제격인 곳이라 생각한다.

얇은 두께에 비해선 시간이 좀 걸렸다. 덕분에 구글 맵 도쿄에 가고싶은 곳을 표시한 초록 라벨이 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