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쌤은 출장 중

김쌤은 출장 중 / 김지석

컴퓨터를 할 수 없는 틈틈에 보다보니 생각보다 금방 읽게 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수석프로그래머였으며 2017년 칸영화제 출장 중 심장마비로 사망해, 후에 산재로 인정받은 고 김지석 님의 출장기와 biff 뉴스레터를 엮은 책이다. 10월에 있었던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오고나서 이 책을 읽게되니 더 심란했다.

영화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영화 어떤 분야의 직업이든, 영화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엄선된 영화들만이 아닌 세상의 온갖 영화들에 대해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것일텐데, 나는 단지 관객으로서의 역할만으로도 벅찬 것 같기도 하고.

고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저장장치들의 값이 저렴해지고, 촬영과 편집의 문턱이 낮아지고, 제작한 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수없이 많은 영화라 부를 수 있는 영상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너른 모래사장에서 끊임없이 보석을 찾아다니고, 수없이 다양한 종류의 보석을 가리는 눈을 갖고, 그리고 일회성으로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석을 찾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가. 게다가 혼자서가 아닌, 세계 모든 이들과의 연대를 할 수 있는 핵인싸의 능력까지도 필요하단 것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영화의 발전이 비단 영화 자체만의 발전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플랫폼인지, 기술인지, 컨텐츠인지 무척 헷갈리는 요즘이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

p.25
(‘프룻 첸’ 감독의 할리우드에서의 작업에 대한 내용 중)
일본영화의 리메이크 작인데, 귀신에 대한 해석이 미국과 일본, 홍콩이 다 달라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일본에서는 귀신이 말을 하지 않는데, 일본 측 관계자가 이를 주장했을 때 프룻 첸의 입장에서는 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홍콩영화에서 귀신은 일반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을, 그것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합작이 어려운 이유를 또 하나 깨우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