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키키 키린: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 키키 키린

키키 키린의 추모 특집에 들어간 광고를 보고는 바로 학교에 신청을 했었다.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아쉽게 반납해야 했지만. 어제 아무리 집중하려 해도 집중할 수 없을 때, 불현듯 생각나 재대출을 했다.

떠난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 지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으니 책에 쓰여진 말, 다른 사람들의 평으로만 짐작해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책 속의 그녀는 굉장히 넓고도 고고한 사람인데, 그렇게 느껴질 수록 더 직접 알아보고 싶은 아쉬움이 컸다.

총 8장으로, 삶, 병, 늙음, 사람, 인연, 집, 직업, 죽음에 대해 갈무리되었다. 시간 순 배열이 아니기에, 페이지를 오가며 비교해 보는 맛이 있었다. 가령 그녀의 질병에 대해 그녀의 생각이, 과거 병에 걸리기 전의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같은 것들.

참 유별난 사람이란 것은 글에서도 느껴진다. 그래도 오랜만에,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을 때처럼, 아무 잡념 없이 오롯이 문장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 즐거웠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좋았던 몇 마디를 붙인다.

생활의 세세한 부분과 사람 사이의 애정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을 같이 한다고 해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느끼는 건 아니니까요.
- 신문 연재 인터뷰에서, 우치다 유야에 대해 말하며. 2005년 7월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번거로우니까. 그래서 친구도 없어요. 눈도 약간 사시인데 이것도 뭔가 의미가 있지 않나합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멀리를 보고 사람의 이면을 보게되니 말이에요. 이런 점 때문에 다른 사람과 무난하게 지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반면에 사람 그 자체에는 엄청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창작 작업을 할 때 그 관심을 드러내고, 평소에는 혼자 있는게 편합니다. 지금도 연예계 한복판에 있지 않고, 좀 떨어져서 내가 가장 편한 곳에 있어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말이죠.
- 잡지 인터뷰에서, 사람에 대한 관심에 대해 말하며. 2008년 12월

“좋아하는 걸 하면서 먹고살자는 말은 건방진 소리”라던 화가 아키노 후쿠의 말도 있지만,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세상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먹고살려고 온갖 일을 다 하는데,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일이죠. 그러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먹고살고 싶다고 바라는 건 정말 건방진 일입니다.
- 한 방송에서 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배우 일에 대해 말하며 2008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