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지난 번 김연수 작가의 강연에서, 강연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이미 읽고 왔었나보다. 대부분 이 책에 대해 언급하며 질문을 이어나갔는데 도통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완성되지 않은 문장으로 마무리된 제목때문인지 책에 대한 궁금함은 더 커져가기도. 다행히도 학교 전자도서관에 책이 있었기에 인도네시아로 넘어오기전에 아이패드에 받아왔다.

반둥에서는 도저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 ‘아.. 또 이대로 반납이구나’ 좌절 중이었는데, ciletuh 를 방문하며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었다. 인터넷 단절과 멋진 오션뷰의 테라스 덕분이다.

책을 완전히 좋아할 순 없지만, 김연수 작가를 조금은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가 뱉는다는 아름다운 말이 궁금했는데, 아주 조금 납득이 가기도했다. 여전히 좀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어려움을 느끼긴 하지만. 책의 전개가 좋았지만, 이따금씩 나타나는 상황에 대한 첨언들이 불편할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엔 박완서 작가님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썼을텐데 하며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란 제목은 책의 어느 부분에서 나오는 문구를 인용한 것인데, 완전한 문장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왜 그 대목이 제목이 된 것일까 책을 읽고나서 한참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냥 그 어감이 좋았던걸까, 정말 이 책의 내용을 모두 함축하는 것이라 생각했던걸까 궁금해하며. 아직도 잘 모르겠다ㅎㅎ

통영을 배경으로 한 것 같은 진남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덕분에, 때때로 거제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처음엔 인물들의 이름을 외우거나 인물들의 배경 설명을 듣는게 좀 불편하기도 했지만, 어느정도 인물 소개가 자리잡힌 이후엔 괜찮았다.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읽을 때마다 결국은 박완서 작가의 능수능란한 배경 설명에 감탄하게 된다.

처한 상황을 도피하듯 제3국으로 떠나버렸다는 카밀라의 말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 시간이었다. 좋았던 구절을 붙인다.

생각은 빙글빙글 같은 곳을 맴돌았다. 나는 좀더 확실한 말뚝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추측이나 견해나 판단으로 이뤄진 불확실한 추론이 아니라, 진실의 사다리를 올라가기 전에 힘껏 박찰 수 있는 단단한 발판 같은 것.

진실은 매력적인 추녀의 얼굴 같은 것이라 끔찍한 게 분명한데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망이 든다면, 그건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