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 도쿄다반사

리흐테르를 읽는 중간에 손에 잡혀 휘리릭 읽어버렸다. 씨네21에서 광고를 보고 구매 신청을 했던 게 벌써 도착한 덕에. 얇진 않지만 덜 찾아봐도 쉽게 이해되는(!) 지리능력 덕분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허송세월은 아니었구나, 참 열심히도 돌아다녔었구나 하는 추억에도 잠시 잠겼다.

재즈, 커피, 그리고 도쿄의 트라이앵글을 좋아하는 이라면 읽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도쿄에서 활동하는 여러 카테고리의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에서 바라본 도쿄, 그들이 도쿄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 등을 소개한 책이다. 신기하게도 서로가 추천하는 카페나 구역이 겹치기도 해 재밌기도 했다.

가보거나 지나쳐본 곳의 소개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훨씬 더 많았다. 덕분에 구글맵이 또 온통 초록으로 변해버렸다.

문화 또는 습성에 관심이 가지만, 나 역시도 한국인이기에 요즘은 편의점에서 맥주 4캔을 고를 때도 일본 맥주에는 시선을 피하고 있다. 내가 관심을 갖고 향유하고 싶은 것들이 결코 도쿄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는데도 왜 그 도시를 좋아하는 걸까는 반복되는 의문이다. 어쩌면 지금의 삶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영원한 이방인의 느낌으로 남기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쨌거나 덕분에 내일의 노동요 리스트가 가득 찼다. 어두운 거실에서 스탠드만 켜고, 창문으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재즈와 와인 한 잔, 소파에 기대어 왼손엔 살구를 쓰다듬으며 오른손으로만 읽는 책의 감촉이 무척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비소설만 읽고 있네. 놀라운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