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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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Craft 매니아를 낚는 씨네21에 홍보에 얼른 학교에 구입 신청을 했었다. 한 손에 잡힐만한 작은 사이즈의 시리즈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도서관 대출대에서 받는 책은 A4 사이즈의 풀칼라 서적 7권이었다.

기존에 출간되던 영화 서적들은 대부분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을 다루지만, 이 시리즈에선 프로듀서, 에디터, 의상 디자이너, 프로덕션 디자이너까지 각각 한 권의 분량을 할애해 심도깊게 다뤘다고 생각한다. 이론서라기 보단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부터 오래전 세상을 떠난 거장들까지 100명이 훌쩍 넘는 영화인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그들의 성공과 실수의 경험을 들려주는 구조였다.

보통의 영화는 영화감독을 기준으로 클러스터링 했던 것 같은데, 의상 디자이너나 에디터를 기준으로 영화를 묶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정말 이 바닥은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구나~ 싶은 생각도 함께.

오랜동안 연구실 책상 한켠에 쌓아두기만 했는데, 어젯밤 무리해서 다섯 권을 읽었다. 프로듀서와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논문을 제출하고 새로운 주제를 위해 남겼다. 갈길이 바빠 세심하게 읽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논문을 내고나면 하나하나 다시 정독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각 권에서 흥미로웠던 내용들을 적어본다.

FilmCraft: 영화감독 / 마이크 굿리지

  • 마이크 굿리지, “내가 인터뷰한 이들 중 그 누구도 종종 전형적인 영화감독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오만함이나 거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 창작 전문가들은 대부분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영화 연출에서 예산과 시간 또는 조명의 제약 등으로 타협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훨씬 더 흥미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 다르덴 형제(뤽 다르덴, 장피에르 다르덴), “또 우리는 처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차츰 관객에게 인식되는 것들을 숨겨둔 롱숏과 시퀀스 숏을 많이 사용한다. 롱숏과 시퀀스 숏은 다른 영화감독들도 사용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정말 좋아한다. 우리는 관객이 무엇인가 기대하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알기를 원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관객은 문 뒤에 누가 있는지 모르지만 확실히 알고 싶어 한다. 나중에 영화에서 우리는 누가 문 뒤에 있는지 말해 줄 것이다.”
  • 박찬욱, “내가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달리, 우리는 돈이 없거나 수백 명의 사람들이 없어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재능은 있지만 자원이 없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아이폰으로 영화를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그 결과를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변명은 새로운 세대에겐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FilmCraft: 의상 디자이너 / 데보라 나둘먼 랜디스

  • 데보라 나둘먼 랜디스, “영화의 이상 작업은 두 가지 목적을 수행한다. 첫째는 진짜와 다름없는 캐릭터(인물)를 창조해 내러티브를 뒷받침하는 것이고, 둘째는 구성, 즉 색깔, 질감, 실루엣을 활용해 프레임에 균형을 제공하는 것이다.
  • 데보라 나둘먼 랜디스, “얼굴에 프레임을 부여하고 관객의 시선을 배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눈에 집중시킴으로써 후드티는 그들의 대사를 강조한다. 색채는 감독과 의상 디자이너가 내러티브를 뒷받침하고 통일된 가상공간을 창출해 내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다. 색채는 어떤 장면의 감정을 배경음악만큼 빠르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게다가 의상은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키네틱아트(kinetic art) 작업을 하는 셈이다.”

FilmCraft: 시나리오 작가 / 팀 그리어슨

  • 디 아워스와 더 리더 책읽어주는 남자의 시나리오는 동일한 인물(데이비드 헤어)이 작성했다.

FilmCraft: 촬영감독 / 마이크 굿리지, 팀 그리어슨

  • 마이크 굿리지, 팀 그리어슨, “좋은 영화의 공식은 없다. 건물을 지을 때처럼, 영화는 대본과 감독의 기본 청사진을 따라서 맨바닥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지식과 경험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훌륭한 영화는 그것을 넘어서 위대한 감독들만이 갖는 특별하고 독특한 시각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필름크래프트 프로젝트는 단지 기술 안내서가 아니다. 이 시리즈는 각 분야 영화 장인들의 작업 과정을 보여 주지만, 그들의 독창성은 학습되거나 모방될 수 없다.”
  • 크리스토퍼 도일, “카메라맨은 배우들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에요. 우리는 배우들의 첫 번째 관객이죠. 그래서 우린 그들에게 예민하고, 책임감 있고, 믿을 만한 친구여야 해요. 우리가 배우들에게 몰두하면 할수록, 관객들도 배우들에게 더욱 몰두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