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스토너 / 존 윌리엄스

무척 많이 읽어놨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와보니 정말 지연언니 말대로 반도 안 읽은 것 같았다. 이미 내 손에서 책이 엉망이 된 것 같은데, 더 가지고 돌아다니다간 너덜너덜해질 것 같아 얼른 읽고 내일 반납하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읽었다.

뭐야?? 이거 박사 판타지인가?? 이걸 추천한 박사(또는 박사과정 학생)는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추천했을까? 별별 생각이 떠올랐다. 잔잔하게 흘러도 읽는 사람마다 찍는 방점이 무척 다르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토너가 영문과가 아닌 공대 교수였다면 어땠을까, 좀 궁금해지기도.

시간이 흐르며 등장했다 사라지는 인물들의 여운이 컸다. 슬론 교수도 그랬고, 데이브도 그랬으며, 스토너의 부모님도 그랬다. 머리속에 상상한 캐서린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대부분 미소가 없는 (있어도 무척 옅어 눈치채기 힘든) 이미지였던 것 같다. 오두막의 벽난로 앞에서 담요를 뒤집어쓴 장면에선 왠지 무척이나 웃고있지 않았을까, 그냥 그런 프레임에 모두 담길수 없는 상세한 묘사를 상상하는 게 재밌었다.

아. 그러고보니 서문에 절대 본인이 미주리대학을 다닐 때 겪은 일이 아니며 인물들도 실존하지 않음을 미주리 대학 동료 및 친구들은 모두 알 것이라고 외치니, 괜히 더 의심이갔다. (ㅋㅋ)

나 역시도 작가처럼 스토너의 인생이 기구하거나 불쌍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되려 본인의 의지나 신념을 꺾지 않으며 살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삶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읽을 땐 읽고나서 마음이 차분해질 것 같은 인상이 가득했는데, 막상 다 읽고나니 괜히 더 싱숭생숭해진다.

여튼 추천해주신 지연언니 감사해요~! 덕분에 윌리엄과 함께한 두 달이 행복했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