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이수연 대본집, 비밀의 숲 1, 2/ 이수연

예약판매가 시작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살까, 말까 결제를 했다가, 취소를 했다가 고민고민을 했다.

아마도, 지금 사지 않으면 혹시 절판되어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아 한 번 산 책은 영원히 함께가는 건데 그래도 한 번 읽어보고 살지 말지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했던 것 같다. 결국은 후자의 승. 도서관에 바로 주문신청을 했고, 받고나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다.

무엇이 비밀의 숲에 꽂히게 만든 건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특임이라는 유사가족이 주는 따뜻함 때문인가? 착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애정이 가는 인물은 이창준 딱 하나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즌2가 나오면 영검사도, 이창준 수석도 못 나올텐데 그때도 내가 잘 보게될까?

좋았던 대목들을 적어본다.

2회.

창준 너도 결국 이거였니? 출세에 목매는 그런 놈?

시목 차장님 가시는 길을 따르겠습니다. 앞서가시죠.

창준 그 다음은.

시목 끌어주십시오.

4회.

서장 영장관이 십 원 한 장 안 받았다고 한 게 사실이라면, 그런 분을 썩을 대로 썩은 데다 오리발까지 내민 철면피로 몰았으니.. 영장관, 자식 또 있나, 아들?

창준 딸 하날걸. 영은수 하나로 알고 있어.

(중략)

서장 공범은 어디서 구했지? 어디 숨겨놓은 아들 있었나?

창준 …

(나의 코멘트: 이창준은 이 순간 자기 스스로를 숨겨놓은 아들로 여겨져 뭉클하지 않았을까.)

5회.

창준 우린 검사야. 뇌물을 받기도 하고 접대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 전관예우도 바라고 사건 밀어주기도 해. 죽도록 책만 파다 갑자기 권력을 쥐고 명예를 얻고 물불 못 가리고 날뛰기도 하지만 우린 검사야. 법을 수호하려고 이 자리에 왔어. 정의를 지키려고. 나는 믿음이 있어. 이 건물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는 믿음. 수호자와 범죄자, 법복과 수인복, 우린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단죄 내려야 할 부류들과는 다르다는 믿음! 아무리 느슨해져도 타인을 해치지 않는단 믿음! 그런데 나더러 뭐가 어쩌고 어째!

시목 답이 아닙니다.

7회.

창준 고맙다. … 나는 오늘 이 시간 후로 많은 축하를 듣게 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 앞에, 내가 법조인으로서 처음 발을 디딘 형사3부 내 동료들 앞에 선 지금 이 순간을, 나는 가장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변할 건 없습니다. 나도 여러분도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법불아귀, 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고 승불요곡, 먹줄은 굽은 곳을 따라 휘지 않는다.

2권 작가의 말.

감정 없이 혼자 흘러와야 했던 주인공의 시간에 아파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그런 아픔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사시길, 삶의 고달픔과 인간관계의 중압감에 나도 차라리 아무것도 못 느꼈으면, 한숨짓는 분이 없길 바랍니다. 그런 것은 모두 주인공의 몫으로 남겨두고 모두 격렬히 울고 웃으며 사시길.

16회.

창준 패잔병이 돼서 포로로 끌려다니느냐, 전장에서 사라지느냐.

시목 선배님

창준 (흐리게 스치는 미소, 혹은 슬픔) 좀 천천히 오지.

(나의 코멘트: 가장 슬펐던 대사. 그 대사는 마지막회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