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밤

깊고 푸른 밤 / 최인호

갑자기 이 책이 왜 읽고 싶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귀국한 이후로 계속 읽어야할 책 목록에 들어가 있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다닐 때마다, 이 책을 구하려고 찾아봤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침대 맡에 두고 잠들기 전 조금씩 읽었다.

깊고 푸른 밤은 단편이라 따로 단행본이 없어 최인호 수상작품집에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

한 문장으로 잘라 말하자면, 난 이 소설을 재밌게 읽지 않았다. 하지만 한 문장으로 이 소설을 읽은 감정을 다 표현할 수는 없다.

과하지 않은 설명과 묘사. 직선 위를 달리는 시원한 느낌. 덤덤하지만 속에는 불이 앉아있는 최인호같은 소설이다. 그럼에도 읽고나면 찝찝해서 기분은 묘하고.

영화 노킹온헤븐스도어가 계속 생각났다. 그 끝이 바다라 더욱 더 그랬을 것이다.

일은 이미 다 그르쳐져 버렸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어 소멸하는 결말밖에 남지 않는 이 상황은 언제나 읽는 이로 하여금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리게 만든다.

보통 잠들기 전에 무엇이든 상상하려고 발버둥치는데 이 소설을 읽고 잠드는 동안은 아무런 상상에 대한 노력을 들이지않으며 잠들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