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말타기

(이게 여행인지는 모르겠지만) 2013년의 반을 마무리하는 6월의 마지막 주를, 회사에선 “power week” 이라 부르고 워크샵을 가졌다. 월화는 극장을 빌려 이것저것 발표들을 하셨고 (난 늦잠을 자다 그만…) 수목은 Learn something something을 하자는 일환으로 여러가지 프로그램 중 각자가 원하는 것들을 신청, 가서 배웠다. 나는 패러글라이딩을 하고싶었지만 이미 정원초과… 어찌되었건 부다페스트 외곽의 한 농장에서 신나게 말을 타고 왔다.

이전에 제주도 놀러갔을 때 달리는 말에서 5분동안 앉아 있던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을 타본 것 같은데, 이렇게 뭔가 비공식적으로 배워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무엇보다도, 말의 행동이나 표정이 너무 예뻐 여유가 있다면.. 한 마리 사고싶…



(이 말은 농장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말 허리케인이다. 벌써 보고싶네ㅜㅜ) 말을 타기전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은 말청소! 솔로 안장이 얹어질 곳과 배를 빡빡 닦아줘야 말도 편하고 나도 편하다네. 발들어서 말굽에 낀 흙도 빼줘야한다. 처음엔 허리케인이 아파할까봐 살살 문질렀는데 반응이 시큰둥해서 다음부턴 겁내 빡빡 털이 한움큼 빠지도록 닦아줬다. 후에 코치가 말해주길 허리케인이 빡빡 닦는걸 아주 좋아한다던데 이 자식… 마조히스트야 뭐야…


청소를 끝내고선 직접 안장까지 설치해야했다. 안장 얹는게 생각보다 복잡한데,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다 개별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1. 넓은 흰색의 패드를 얹어준다. 2. 길죽한 쿠션을 얹는다. 3. 그래프에서 자주보던 딱딱한 saddle 을 얹는다. 4. saddle에 첫번째 패드를 고정시킨다. 5. saddle 의 한쪽 벨트를 말의 앞발 뒤쪽으로 빼서 saddle의 다른 쪽에 고정시킨다. 6. 말의 입에 벨트의 재갈을 물린다. 7. 말의 입과 귀에 벨트를 건다. 8. 얼굴에 벨트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9. 얼굴에 고정시킨 벨트를 saddle 에 고정시킨다.

어휴… 다른건 그렇다 쳐도 말의 입에 재갈 물리는게 제일 어려웠다.


으흐흐 허리케인 너무 예뻐 흑흑 처음엔 당연히 숫놈이라 생각했다가, 타다보니 암놈인 것만 같아 한동안 she 로 불렀으나, 후에 코치가 얘 숫놈 맞다고 정정해줬다. 음 난 니가 숫놈이든 암놈이든 상관없어 헤헤


아까와 같은 안장을 설치하는 건 본격 탈 때만이고 다 타고나면 안장 해체까지 직접 해줘야 한다. 그리고 안장 해체가 끝나면 밧줄로 고삐를 매어준뒤 페덕까지 직접 데려다 줘야한다. 처음엔 말들이 방목되는 좁은 페덕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으나 뭐 이젠ㅋ 페덕쯤이야ㅋ



다들 페덕에서 밥먹느라 정신 없


농장에는 우리같이 배우러 온 사람들 말고 진짜 선수들도 여럿 있었다. 연습인데도 말을 닦고 치장하는 것이 어찌나 화려하던지.. 암튼 이것도 개인 말 중 하나의 뒤태.


농장에서 말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여러장 보내줬는데 어쩜 하나같이 못났을까+.+ 절대 무서워서 엎드려 있고 그런것이 아니라 이 말이 묘기용(?) 말이라 초반에 안아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뒤 누워타고, 한 발 들어 타고, 엎드려뻐쳐하고 타고, 여튼.. 뭐 난리도 아니었다.. 한국에선 못해볼 거야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탔다.


말을 다 탄뒤에는 그라운드를 갈 때, 트랙터도 함 몰아보고


건초도 밀어보고


아까 탄 말은 묘기용 말이라 돋는 안장이 없이 편하게 패드 위에 탔는데 이 말은 본격 up and down 하며 무릎 squeeze 하고 타느라 허벅지 찢어지는 줄 알았다.. 여튼 어우 보기만 해도 신이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