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따뜻해

루시드 폴 [꽃은 말이 없다.] 2013.10 발매

왜 제목이 ‘햇살은 따뜻해’ 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혼잣말인지 누군가에게 해주는 말인지 헷갈려서였다.

여름 내내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음악을 잘 들었다. 런던에서 돌아온 뒤엔 유튜브 구독을 끊고, 네이버 바이브를 결제했다. 뒤늦게 설치한 기가지니와의 연동을 위해 환불 후 지니로 갈아탔다. 으, 갈아탈 때마다 에너지 소모가 컸다.

예전같았으면 출근 후 칼같이 그날의 플레이리스트를 정해놓았을텐데, 요즘은 그냥 흘려듣고 있는건지 랜덤플레이를 해놓고 있는 편이다. 좀 덜 예민해지고 덜 날카로워진 기분도 든다. 집에 돌아온 밤,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해보려 할 때 우연찮게 듣게된 곡을 이렇게 오래 듣게 될 줄 몰랐다.

미리 말하건대, 나는 아마 햇살같은 사람은 못 될 것 같다.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내가 받을 상처에 대한 지레 먹은 겁에 더 웨이트를 두었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런 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부르고 대중에게 공개한 사람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여름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며, 지키지 못할 혹은 지키고 싶지 않은 약속이나 말을 내뱉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의 나는 어디쯤 서있는걸까. 차라리 말을 못하게 되면, 답답할지언정 후회로 가득차진 않을텐데.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니 답답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