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시간

고찬용 [Look Back] 2012.05 발매

감히 흉내낼 수 없는 타고난 세련됨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질투를 하기보단 열렬히 존경하고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나도 어느새 그치들에 가까이 가있겠거니 생각하는 편인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의기소침함이 남기 마련이다.

고찬용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그의 타고난 감각과 박자, 깔끔함, 그리고 세련됨은 아무리 음악을 많이 듣고 느낀들, 나에게선 탄생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2년 10년만에 나온 고찬용 2집은 너무나도 반가웠다. 연락이 뜸했던 학교다닐 때 좋아한 남자애에게 연락이 온 느낌이었달까나. 내게 있어서 2012년 최고의 음반이기도 했지만 2013년에도 고찬용 2집을 뛰어넘는 음반을 듣지 못했다.

고찬용 2집 중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고르라면 정말 고민되지만… 단연 2번 트랙 “바다” 이다. 거제 옥림의 밤. 깜깜한 아파트 골목으로 들어설 때 이어폰에서 이 음악이 들려오면 정말 아파트 앞의 깜깜한 바다가 더욱더 깜깜해보이곤 했다.

여튼! 2년이 지난 지금 굳이 “우울한 시간”에 대해 쓰고자하는 이유는 2년만에 이 곡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문득 퇴근 길, 이 곡의 도입부가 흘러나온지 몇 초가 지났을 때 문득 머릿 속을 관통하는 생각이 흘렀다. ‘아니, 고찬용이 원래 이 곡 도입부를 이렇게 힘차게 불렀던가?’

개인적으로는 고찬용의 수많은 장점 중 3가지를 꼽아야 한다면 주저없이 보컬을 꼽고 싶다. 그의 라이브를 들어보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여튼 음원에서 그의 보컬은 아주 너무나도 그의 음악에 정확하게 어울린다. 곡을 쓸 때 어쩜 이렇게 본인에게 딱 맞는 옷을 수선해 입는지 모르겠는 정도다.

보통의 고찬용은 힘찬 노래도, 마구 힘차게 부르진 않는 편인데 우울한 시간의 도입부의 그의 힘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가득했다. 그렇다해서 가사가 딱히 힘참을 요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여튼, 고찬용의 강약의 흐름을 따라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땐 생각치 못했던 곳들의 재기발랄함들을 읽을 수 있다. 가령 조가 바껴 2:40 초 경을 다른 가수가 부른다면 가장 하이라이트를 줘서 부를 것 같지만 고찬용은 강약을 아슬하게 비껴가면서 아주 맛깔나게 참기름같은 솜씨를 발휘한다.

그의 3집이 너무 늦지는 않았음 좋겠다. 10년 걸렸었으니, 한 5년 정도로만 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