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지고

이수영 [As time goes by] 2005.01 발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난 꽤 오랫동안 이수영의 팬이었다. 어릴 적 선물받은 이수영 4집은 그 당시 내게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HOT나 신화의 노래만 듣던 내게, 노래가 이렇게 애절할 수 있다니!

여튼 시간도 흘렀고 모든게 흐지부지되어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아지게 된 이 시점에 다시 이수영의 음악을 꺼내게 된 데에는 윤상의 힘이 컸다.

나름 마스터하고 있다 생각하는 가수들이 더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수영이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출근 길에 mp3 에서 문득 이수영의 꽃들은 지고가 나와버렸다. “역시 아련한 코드진행이야” 생각하고 넘겨버렸다. 물론 출근 후 꽃들은 지고의 작곡가가 궁금해 검색하기에 이르렀는데 다름 아닌 윤상이었다.

헐. 이럴 수가. 꽃들은 지고의 작곡가가 윤상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하긴 그 유려하고 아련한 코드 진행을 윤상 말고 누가 할쏘냐 싶지만서도 뭔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달까. 그렇다고 내가 아는 사이도 아니면서 말이다.

얼마전, 현경이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에 대해 짧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난 아무래도, 침묵이 좋다. 침묵 속에 오가는 수많은 허공의 대화들이 좋다.

허공의 대화같은 이 멜로디와, 이 가사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