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 #4

4대 민항기 제조업체 중 하나라는 엠브라에르에 다녀왔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땡땡이치고 시내 구경을 해야하나 고민하다 이런 기회는 다신 없을 것 같아 다녀온 것인데, 정말 다행이었다. 다들 비슷한 마음으로, 돈 많이 벌어 나중엔 사러오자~~ 외치는 하루였다. 다시 상파울루로 돌아와서는 짧은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함께 몰려나간 친구들과는 따로 홀로 움직였다. 덕분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된 것 같은 하루. 더할 나위 없었다.




새벽 6시 출발이었다. 4시쯤 일어났는데, 잠이 오지 않아 일을 좀 했다. 조식을 먹고 버스에 탑승해 기절했다. 도착해 눈을 뜨니 거진 도착. 그나저나 오늘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어느 교수님과 함께 조식을 먹고, 차를 함께 탔다. 버스에 탑승해 얘기를 하다보니 뭔가 이상해, ‘혹시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호주 출신이세요??’ 여쭤보니 그렇다한다. 버스에 타기 전까지도 오스트리아 출신이라 잘못듣고선 ‘오~ 나 오스트리아 몇 번 가봤다. 부다페스트 살아서 가까웠다.’ 등등 길게 말을 해버렸는데 흑흑. 왜 정정하지 않으신건지ㅠㅠ 넘 죄송하다하니 그런 일이 너무 잦아 그럴 필요 없다셨다.



며칠 전부터 커미티가 오늘 투어를 위해 ID 카드나 여권을 꼭꼭 소지해야한다고 누차 공지했었다. 덕분에 까먹지 않고 방문증을 잘 받았다. 50주년 뱃지까지 달려있는 고퀄의 방문증이다.



타고간 대형 버스도 그랬는데, 사내를 도는 미니버스 역시 버스 앞쪽 복도에 문이 달려있다. 치안때문인걸까.



투어 전 회사에 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엄청 팬시한 내용을 들려주셔 약간 ‘우와’ 싶기도 했는데, 발표가 끝나고 슬라이드쇼를 닫는 순간 보이는 윈98 UI 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투어가 시작되었다. 민항기 및 전용기의 최종 어셈블리 라인과 중간 어셈블리 라인을 고루 볼 수 있었는데 사진 촬영은 불가라 눈에만 담았다. 궁금한 건 실컷 물어보라셔서 이것 저것 물어봤다.

  • 딜리버리 전에 시운전을 한다한다. 시운전을 위해 사내에 활주로 및 공항이 있었다. 얼마나 오래 시운전을 하는지 궁금해 물어보니, 15분정도라 했다. 생각보다 무척 짧은 시간에 약간 당황했다.
  • 파이널 어셈블리에서 어느정도의 파트 조립이 이뤄지는 지 궁금했는데 날개같은 큰 단위의 조립이 이뤄진다 했다.
  • 엔진이나 내부 시스템 등 굉장히 많은 파트를 외부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했다.
  • cargo compartment 안에서 수화물을 어떻게 배치하는 걸까, 안에 레일이 깔려있는걸까 궁금했는데 안에 사람이 타서 어레인지 한다고…
  • 딜리버리 시에는 파일럿 두명이 와 직접 몰아 가져간다 한다.
  • 아직 팔리지 않은 완제품도 있는데, 도장이 안되어 white tale 이라 부른다 한다.
  • 본인들이 제작한 기체들을 우리의 리틀 버드라고 부르시는게 듣기 좋았다.



차세대 주력 제품이라는 밀리터리용 수송선.



꼭 돈 많이 벌어 사야지 생각이 들던 Legacy 시리즈들. 1500만달러 정도로 reasonable 한 가격.. 모형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제작되고 있는 기체들이 좀 더 둥글고 웅장한 느낌이다.



민항기 시리즈들.



밴딩된 날개에 흠뻑 빠져버렸다.



아쉽게도 오늘은 주말이라 판매샵이 문을 열지 않는다 했다.



투어를 마치고 정문 앞에서.



앞에서2.



앞에서3.



올해가 창립 50주년이라 한다. 뜻깊은 해에 방문하게 되어 영광이다.



호텔로 돌아와 급하게 짐을 놓고 가벼운 몸으로 홀로 투어를 시작. 전철역으로 걸어갔다.



2번을 갈아타야 목적지에 도착. 도난당하기 십상이라 절대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 사진도 야금야금, 지도도 야금야금 봐야했다.



4시에 닫는 레코드샵부터 가고싶었지만 아무래도 제 시간에 맞춰가지 못할 것 같아 과감히 포기하고 봉헤찌로로 직행했다.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는데, 치안이 좋지 않단 얘기를 들어 좀 쫄았다. 듣던대로 지하철역서 거리로 향하는 공원, 공원을 지나 샵들을 가로지를 때마다 길거리에서 희희덕거리는 껄렁한 이들을 많이 지나쳐야했다.



덕분에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첫번째 목적지인 오뚜기 슈퍼에 도착.



컵라면, 햇반, 김치를 샀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과한 친절에 좀 놀랐다.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간 득의관. 짬뽕이 엄청 맛있다던데, 5시가 넘어야 영업을 시작하신다 했다. 5시까진 시간이 좀 남아 기다릴까 고민하다, 과감히 스킾하기로.



메트로 티켓을 샀다. 고정 가격으로 환승은 무료다. 그런데 시스템이 좀 이상하다. 호텔 근처 역은 전철역이라 고정 가격이 7레알이 좀 넘는데, 메트로역에서 사면 4.3레알이다. 덕분에 호텔로 돌아올 땐 3레알 이득본 기분. 여튼 두 정거장 메르카도 마켓으로 향했다.



Sao Bento 역에 내렸다.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볼 수가 없어 6~700m 걸어가서야 버스정류장에 들어가 맵을 확인했는데 아뿔싸.. 출구를 잘못 나가 여행을 마감할 뻔 했다. 출구부터 내내 대마초와 술과 범죄의 난장판이었는데, 어두워지면 얼마나 더 무서워질까 두려웠다. 이쪽에 원래 가려던 레코드샵이 있는데, 왜 브라질 친구들이 혼자 가지 말라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둘러 다시 역으로 걸어가는데 문연 레코드샵을 하나 발견했다! 핸드폰도 확인할 겸 서둘러 들어갔다. 레코드샵이라기 보단 고물상에 가까웠다.



그런데 기가막히게 사고싶었던 Joah Gilberto LP 와 CD 를 발견했다. LP 는 영 상태가 별로라 CD 만 두 장 사왔다. 가격표에 따르면 두 개 합쳐 35레알인데, 15레알만 받으셨다. 땡처리 중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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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돌아가는 길도 정말 무서웠다. 뉴욕을 연상시키는 (가보진 않았지만 영화에서 많이 본) 그런 높고 크고 웅장한 건물들 뒤로 대마초 냄새와 연기, 왁자지껄한 소음, 술병을 들고다니는 사람들, 모든게 엉켜있는데 얼른 벗어나고 싶은 생각밖에. 서둘러 걸어 반대편으로 나왔다. 놀랍게도 마켓으로 걸어가는 반대편도 정상적이진 않았다.. 마치 테러나 재해가 일어나기 전의 거리의 형태와 분위기였다.



여튼 마켓안에 잘 들어왔다. 건물 안에 들어와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마그넷 같은 걸 살 수 있을 줄 알았더니만 완벽한 식료품 마켓이다. 혹여나 2층에 샵이 있을까 올라와보니 음식점들만 여럿 있었다. 점심, 저녁을 못먹은 탓에 시원한 생맥을 한 잔.



포르투기로 생맥은 Chopp 인가보다.



다크도 한 잔 시켰다. 너무 단 맛이었다.



해가 지고 있어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려 마켓을 나왔다.



누군가 따라 올 것만 같은 무서운 분위기에 서둘러 걸었다.



한국에서 저런 건물을 봤다면 왜 페인트 다시 안칠하나 몰라~ 생각했겠지만 호텔 근처의 빈민가를 떠올리니 새삼 도시의 빈부격차가 무척 느껴진다.



서둘러 지하철 역으로 들어왔다. 정말 마음을 푹 놓았다.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땀을 흘렸다. 입고있던 가디건과 자켓을 벗었다.



다시 두 번 갈아타 호텔로 돌아간다. 환승구마다 개찰은 하지 않지만 게이트가 있어 통과해야한다.



반둥이 떠오른다.



지하철역들은 모두 웅장하다. 비단 이 곳은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모든 것들이 굉장히 웅장하다. 속은 텅 빈 느낌이지만.



해가 진다. 강물의 썩은 내가 플랫폼까지 들어온다. 남미의 제1의 경제대국으로 자부심 넘친다는 그들은 왜, 치안이나, 거리의 위생 같은 것들에는 투자하지 못하는 걸까. 역시 남미는 남미인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던 시간.



오늘의 쇼핑 목록. 득의원에서 식사를 못해 역으로 향하는 길에 부뚜막이란 식당에서 야외 테이블에 얹어놓고 판매중인 잡채를 사와 저녁으로 먹었다. 무척 짰고, 김치도 무척 짰다.



오늘 사온 CD들. 플레이어가 없어 유튜브로 대신. 오늘 고생해보니 내일 어떻게 관광해야할 지 조금 감이 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