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카페에서

가방을 챙겨 동네 카페로 나왔다. 동네엔 좋은 카페가 많은데, 일요일에 가방을 챙겨나오면 항상 이 곳 투썸으로 오게된다. 카페 주인이 없기에 눈치보이지 않으며, 콘센트도 많아 노트북하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주말에 책을 들고 푹신한 쇼파가 있는 곳에 두 세시간 책에만 빠져있고 싶다고 한게 벌써 3년이 넘어가는데,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영원한 주말의 꿈이다.

어째서인지 오늘은 카페가 한산하다. 자리도 널럴하고 음악도 틀지 않아 고요하다. 에어컨이 좀 쎈 것만 빼고는 최고의 조건인데, 이런 조건에서도 역시나 해야할 일에 100% 집중하는 것은 아닌걸보면 항상 내 문제다.

토이 스토리4를 보러가고 싶지만 1, 2, 3을 다시 한 번 쭉 보고가고 싶은 마음에 아직 예매도 못했다. 짜의 말대로라면 4를 보고오면 나는 분명 (그동안 모아왔지만 요즘들어 모두 처분하고 싶어하는) 토이스토리 피규어를 처분하지 못할 것이라 하는데, 그 말이 진짜일지 좀 궁금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1, 2, 3 을 다 보고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 때까지 부디 극장에 걸려있기를 바라며.

지난 주는 내내 바뀌어 가는 나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런 내 모습도 있구나 신기해하며 마냥 바뀌어만 갔는데, 요즘들어선 그렇게 변해가는 데에 조금 멈칫하게 된 것도 같다. 이렇게 마냥 변해도 괜찮은걸까 걱정도 되고. 원래의 내 모습을 잃기도, 유지하기도 어려워 그 적정한 타협 선을 찾는데 애를 먹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 방황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더 크게 일렁이는 것 같다.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잡아 책도 좀 읽고, 영화도 보고 그래야하는데 아직은 시간의 균형이 어렵기만하다.

듀가 얼마 남지 않아 바탕화면에 어지럽게 놓여있다가 일단은 폴더 하나를 만들어 거기에 정리도 체계도 없이 무조건 다 쳐박아진 자료들. 하지만 언젠가 정리될 파일들. 지금의 나는 그렇게 정리될 시간만 기다리며 어지러이 존재하는 그런 과도기에 놓여져있다고 생각하면 좀 견딜만도 하다. 원치 않아도 정리가 될 것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게 좀 괴롭지만 점점 무뎌질거라 위로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