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겨울의 시작

아 이건 꼭 로그를 써야지? 했던 내용들이 많았는데, 역시 리스트에 기록해두지 않으니 모두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떠나간 기억을 허술하게나마 붙잡아 남기는 2019년의 첫 로그.

Wunderlist 가 MS로 넘어간 다음부터 엉망진창이 되었다. 특히나 year-in-review 를 받아볼 수 없는건 최악이다! Wunderlist 공식홈페이지에 올라온 MS To-do 홍보 글에 사람들이 “Wunderlist is perfect, Microsoft To Do Sucks, its that simple” 같은 댓글을 다는 것을 보며 낄낄거릴 수 있는게 전부지만. 그래도 왠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서비스 종료 전까지는 계속 wunderlist 를 쓰고있지 않을까. 흠.. year-in-review.. 직접 짜볼까??ㅋㅋ 이번 논문이 끝나면 sunday project로..

이번주 내내 쳇 베이커를 무척 많이 들었다. 무척 많은 앨범을 냈기에 계속 끊기지 않아 좋다. 추운 공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곡들.

쳇 베이커를 듣는김에, 연구실 커피머신도 청소했다. 석면공사로 꽁꽁 싸매놓고 있었는데, 며칠전 다시 개봉해 오늘에 와서야 세척을 끝냈다. 이전 원두는 종이컵에 담아 방향제로 쓰기로 하고 새 콩으로 커피를 내렸다. 커피 콩에 윤기가 흐른다. 부지런히 내려마셔야겠다.

운동 후 점심을 먹고 돌아와 리비전을 (드디어) 냈다. 승인버튼을 누른게 어제가 아닌 오늘이어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이미 작성해둔 리비전을 제출하는데 며칠이 걸려버렸지만, dramatic 한 사건이 없는 정적인 마무리였다. 덕분에 도담이와 긴 얘기도 나누고 교수님과 메일도 주고받고 이래저래 혼자 그 동안의 시간들을 되돌이켜보게 되었다.

처음 논문 주제를 잡을 때, 잡고나서 교수님께 말씀드릴 때, 그 때의 표정들, 디벨롭하던 시간들, 구현하고 실험하고, GPU가 고장나서 동훈오빠한테 부탁드리고 우린 연구실을 떠난 무책임한 시간들(?ㅋㅋ), 처음 논문을 내고 궁동에 나가 마셨던 소주(였겠지? 소주였던거같아 기억이 잘 안난다), 수많은 리젝.

도담이가 떠난 이후 혼자 붙잡고 있던 시간보다 같이 고군분투하던 시간들이 더 많이 생각났다. 논문이 결국 어떻게 될지도 아직 모르는 채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 너무 챙피하지만, 이 순간의 감정을 남겨놓으면 먼훗날에 이 시간들을 되돌이켜보며 좀 뭉클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여튼 얼른 결과가 (잘) 나서 회나 먹으러 가야겠다. 커피도 거하게 마시고..

분더리스트의 task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다 자질구레한 것들이긴 하지만.. 하나하나 해치워나가는 기분이 좋다. 덕분입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