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

오늘 운동은 제발 격한게 아니었음 좋겠다, 좀 덜 힘들었음 좋겠다, 아령만 들었다 놨다 했음 좋겠다 생각하며 운동에 갔다. 선생님과 텔레파시가 통한건지 정말 그렇게 어깨운동만 했다. 운동이 끝나고 종이컵에 물을 따라 마시려는 순간 후들거리는 팔은 어쩔 수 없었지만.

1시 CA 상담에 늦어버렸다. 내담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가까스로 먼저 연락을 해주셔서 조금 늦었지만 서둘러 약속 장소로 나갔다. KISTI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삼신축에 주차를 해놓은터라 마음이 좀 더 급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어은동을 빠져나와 삼신축으로 가 차를 타고 던킨까지 이동하는 그 짧은 순간 차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오늘 뭉클함의 첫 스위치였다.

그냥저냥 흘러간 한국의 모던락밴드 중 하나의 음악이었는데, 고등학생 시절 많이 듣던 곡이었다. 그 땐 그렇게 락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왜 지금은 하나도 듣지 않을까, 그렇게 좋아했다면서 왜 밴드의 악기엔 흥미가 없었을까?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다 정신을 차리니 던킨이었다.

오랜만에 무척 긴 시간의 상담이었다. 시간이 가는 줄은 알았지만 옛 추억에 잠겨 오래 앉아 얘기를 나눴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계속되는 뭉클함에 차를 몰고 어디든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짜솔 말대로 서울까지 달려? 잠시 고민도. 생각해보니 점심을 안먹은터라 점심부터.

아직 제출을 한 건 아니지만, 내 손을 떠난 리비전에 정말 끝이구나 하는 허전함과 허무함이 조금 들었고, 새로 시작하려는 (조금은 이미 시작한) 연구에 대한 두근거림이 조금 생겼다. 어젯밤엔 왠지 매년 똑같이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은 카메라를 ‘에잇 모르겠다’ 심정으로 질러버렸고, (바디는 벌써 배송이 왔다. 후덜덜.) 쌓여있던 메일도 해치워버렸다.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일상, 그리고 마음가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답을 몰라도, 알고있어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덕분에 세상의 다른 질문들을 쉽게 해치워버릴 용기를 얻었다.

다시 하얀 도화지가 앞에 놓이니 마음이 쿵쿵거려 우왕좌왕하고 있지만, 원래 하던대로 분더리스트를 쌓고 지우고 반복하면 오늘 밤 잠들 때쯤엔 무척 행복하지 않을까.

말을 덜 하고, 더 많이 느끼고싶다. 로그에 말이 많아버렸지만..

벌써 2019년의 세 번째 날. 오늘은 쭉 Keane의 ‘Hopes And Fears’ 앨범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