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들

어묵탕을 끓여먹고 남은 알배추를 잘라 생으로 먹었다. 생 채소가 맛있다. 이상한 논리의 연산이었지만 하루종일 생각했던 것 중 하나.

형욱이의 디펜스가 끝나고 ppt 를 뒤적거리다 차에서 운동화를 꺼내 세종관 헬스장에 갔다. 엄청 열심히 뛰어볼 요량이었는데 5분쯤 지나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두 가지 생각때문이었는데, 엄청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겠다는 생각과 오늘 밀회를 끝내야겠다는 생각.

주인공 모두가 신체 건강한 이야기는 오랜만이다. 아.. 신체에서 신은 빼야할 것 같지만.

밀회를 보면서 ‘아.. 이건 꼭 메모해둬야돼’ 생각한 것들이 더럿 있었는데 모아두지 않은 탓인지 모두 사라져버렸다. 딱 하나의 대사가 sublime 에 캐싱되어 있었다. “신앙을 가져봐”

마지막회를 끝내고선 저멀리 옷걸이가 되어가는 피아노를 스윽 쳐다보게 되었다.

많은 처음들에 대해 생각하게된 시간이었다. 이제 더이상 스포당할 일도 없으니 내일은 하루종일 노동요로 들어야겠다.

그러고보니 오늘 대전엔 눈이 많이 내렸다. 눈이 온 줄도 모르고 계속 누워있었다. 무슨 생각을 했던걸까. 생각이 귀찮다.

오늘은 ppt를 인쇄해 빈칸을 손으로 채워봤다. 채울수록 스스로에게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일은 정말 온전히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이 되어야지 생각하며, 이만 잠에 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