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무법자

헐.. 오늘 낮에 로그를 썼구나. 커밋 남기려다 이상해서 확인하다 알아챘다. 요즘 왜이렇게 로그를 많이 쓸 정도로 할 말이 많은지. 그냥 재밌던 일들이 많았던 거라 생각해야겠다.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내일까지 제출 가능하다는 논문을 뚝딱 쓰기로 했다. 예전에 쓸 때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왜 항상 듀가 가까워져야 니즈가 생기는지. 그래도 이번 니즈는 좀 다른 니즈라는 변명을 대니 맘은 좀 편하다.

무슨 주제로 써야할 지 막막했는데 지연 언니의 추천대로 세미나실에 숨어 생각을 정리했다. 지워진 칠판에 challenge 같은 말들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는데 언니가 써놓고 제대로 안지우고 간걸까?ㅋㅋㅋ

분위기도 차분하고, 적당히 춥고, 적당히 어두웠다. 오랜만에 쥔 분필의 슥슥거리는 촉감도 좋았다. 저녁 먹기 전까지 있을 요령으로 예약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빨리 주제를 픽스해 후딱 랩으로 내려왔다.

어차피 쭉~ 이어 쓸거라면 얼른 저녁도 먹고 시간을 이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 가방을 들고 랩을 나왔다. 묘한 타이밍에 언니의 흔들리는 동공과 팔다리도 구경. 정말로 팀장님하고 어디 가시는줄 알았어요.

오늘따라 퇴근 길에 보이는 석양이 엄청 커 어쩔 수 없이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운전해 집으로 오는 내내 너무 깔깔거렸다 (낄낄이 더 맞는 표현일까..). 선글라스를 껴서 좀 더 넋놓고 좀 더 크게 웃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선글라스만 끼면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당당함과 용기가 막 나오는 듯. 약간 미친 사람처럼 창문을 내리고 바람을 맞으며 서부 영화의 주인공처럼 달려버렸다.

휴 갈 길이 구만리. 오늘 다 쓰고 잠깐이라도 눈이나 붙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마음이 퀭해 계속 인터넷만 붙잡고 있느니 차라리 뭐라도 쓰고 있는게 낫겠지 생각했는데 지금은 쓰지도 않고 계속 또 인터넷만.. 내일 기껏 힘들게 도착한 세미나에서 펑펑 졸다 오는건 아닐런지 걱정된다.

얼른 보던 영화, 보던 책 마무리 짓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