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

삶에 기승전결이 없이 흘러가고 있다.

요즘엔 술도 거의 마시지 않았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도 않았다. 읽고싶은 책은 도서관에서 왕창 빌려오고 있지만 책상 한켠에 쌓여만간다.

무난하게 반복되는 일상. 여러 갈래로 갈라진 길의 한복판에 서서 어느 곳으로 달려가야할 지 간을 보고 있는걸까? 간을 보는 일상에 만족해버려 그냥 그 한복판에 눌러 앉은 기분도 살짝.

한화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별것도 아니었지만 큰 산처럼 느껴지던 리스트 몇개를 지웠다. 기승전결은 없었지만 오늘같은 날은 왠지 자기 전에 한 잔 마셔도 되지 않을까.. 그럼 또 해야했던 일들을 미루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지만, 지금 한다고 일이 될까 갈팡질팡하고 있다.

오늘 3시 반쯤이었던가… 내심 계속 뜻밖의 만남을 기대해왔던 것 같은데, 오늘 잘 생각해보니 내가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그러던 와중에 뜻밖의 만남이란게 생기기도 하고, 그래야 실마리를 만나는게 아닐까 그런 결론으로 귀결을 내버리니 뭔가 기운이 쭉빠지는 것이 하루가 일찍 종료된 기분이었다. 내 탓인데 내 탓을 안하고 싶다보니 먼 길을 삥 둘러 걸어온 느낌.

덕분에 지금은 꽤 홀가분하고 심지어는 즐겁기까지 하다. 어쨌거나 원인을 발견한다는 건 어떻게든 그 전보다는 나은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증가한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