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은 없지만
posted on 2018.09.16
홍콩영화를 무척 좋아했고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보게된 홍콩영화가 무엇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이도공간이었는지, 무간도였는지, 아.. 그보다 먼저 이연걸의 보디가드도 있었구나.
많은 영화가 좋았지만 무간도는 좀더 특별하다. 중학생 때 처음 본 이후로 꽤나 오랜동안 돌려보고 기억했다. 덕분에 홍콩에 가보기 전까진, 가보지도 않고선 무간도 속 홍콩의 이미지만으로도 이미 홍콩에 다녀와본 기분이 들었달까나. (물론 영화와 현실엔 갭이 있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는 좀 느린 속도였지만 희미했던 연결고리들을 꽤나 선명하게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제 얼추 퍼즐의 윤곽이 맞춰진 것 같아 마지막 구석의 디테일들을 맞추려는데 어느덧 자정이 훌쩍 넘어버렸다.
뒤통수쪽에 스피커를 설치해두었는데, 밤이 되어 스탠드만 켜놓고 음악을 키면 꽤나 근사해진다. 오늘 밤은 왠지 권진원의 <깊고 오랜 사랑>이나 에코브릿지&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같은 탄탄한 음악이 듣고싶었다. 컴퓨터를 키고 스트리밍 사이트를 키는데, 불현듯 스치는 채금(蔡琴)의 <피유망적시광(被遺忘的時光)>. 무간도 1편이 시작하고선 아리송한 상황에서 유덕화와 양조위가 쇼파에 나란이 앉아 진공관의 울림에 감탄하던, 바로 그 곡이다.
얼른 지금하는 리비전을 끝내고 하루만큼은 보고싶은 영화를 맘껏 보고싶다. 그리고 그 날의 자정엔 꼭 무간도 1편을 시작할 수 있기를.
아… 그냥 슬렁슬렁 달리기엔 늦어버린 느낌. 부리나케 달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