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은 없지만

홍콩영화를 무척 좋아했고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보게된 홍콩영화가 무엇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이도공간이었는지, 무간도였는지, 아.. 그보다 먼저 이연걸의 보디가드도 있었구나.

많은 영화가 좋았지만 무간도는 좀더 특별하다. 중학생 때 처음 본 이후로 꽤나 오랜동안 돌려보고 기억했다. 덕분에 홍콩에 가보기 전까진, 가보지도 않고선 무간도 속 홍콩의 이미지만으로도 이미 홍콩에 다녀와본 기분이 들었달까나. (물론 영화와 현실엔 갭이 있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는 좀 느린 속도였지만 희미했던 연결고리들을 꽤나 선명하게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제 얼추 퍼즐의 윤곽이 맞춰진 것 같아 마지막 구석의 디테일들을 맞추려는데 어느덧 자정이 훌쩍 넘어버렸다.

뒤통수쪽에 스피커를 설치해두었는데, 밤이 되어 스탠드만 켜놓고 음악을 키면 꽤나 근사해진다. 오늘 밤은 왠지 권진원의 <깊고 오랜 사랑>이나 에코브릿지&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같은 탄탄한 음악이 듣고싶었다. 컴퓨터를 키고 스트리밍 사이트를 키는데, 불현듯 스치는 채금(蔡琴)의 <피유망적시광(被遺忘的時光)>. 무간도 1편이 시작하고선 아리송한 상황에서 유덕화와 양조위가 쇼파에 나란이 앉아 진공관의 울림에 감탄하던, 바로 그 곡이다.

얼른 지금하는 리비전을 끝내고 하루만큼은 보고싶은 영화를 맘껏 보고싶다. 그리고 그 날의 자정엔 꼭 무간도 1편을 시작할 수 있기를.

아… 그냥 슬렁슬렁 달리기엔 늦어버린 느낌. 부리나케 달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