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뒷편

집에 두 개의 한정판 드라마 블루레이/DVD가 있다. 하나는 시그널이고, 다른 하나는 비밀의 숲이다.

요즘 보통 블딥은 디씨 갤러리를 중심으로, “으아~! 우리 만들자!” 합심하여 총대가 뽑히고, 카페가 만들어지고, 감독이 ok한 뒤, 블딥 제작사가 정해지면 yes24 등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선결제를 받아 수요가 어느정도 나왔을 때 만들어지는 어찌보면 단순하기도, 어찌보면 굉장히 트리키한 프로세스를 통해 생산된다.

덕분에 블딥뿐만 아니라 일반 블딥 구매에서는 받을 수 없는 한정판 특전들이 함께 나오는데 사실은 이 특전때문에라도 좋아하는 드라마의 블딥을 구매하고싶다.

비밀의 숲은 방영 내내 두근거리고, 다른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봤다. 덕분에 블딥 신청도 무난히 진행되었는데 얼마전, 막상 블딥이 도착하니 그 감흥이 덜했다. 메이킹이나 다른 부가 영상들은 재밌게 봤는데 드라마 본편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아마도, 나 또는 다른 시청자들의 상상보다 덜 자극적이었던 결말 때문이려나? 잘 모르겠다.

사실 시그널에 더 열광했지만, 그 땐 이런 블딥 제작 상황을 몰랐다. 그저 솔플로 홀로 즐겼는데 나중에 몇 년이 흐른 뒤에야 블딥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덕분에 뒤늦게 중고로 구매했는데 상태는 양호하다.

여름의 시작은 시그널로 해야하는데, 일이 바빠 아직 여름을 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제 뒤늦게 시그널 블딥을 틀었다.

메이킹이나 ng 가 좋은 건 본편에서는 등장하지 않던 카메라 주위의 현장이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봤던 장면이 이런 세트와 미술, 조명, 효과, 연출로 탄생한 것이구나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어제 시그널 메이킹을 보며 놀란건, 김혜수 때문이었다. 시그널 본편에서는 너무너무 좋은데 그게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였구나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기도.ㅋㅋ.

오랜 기간 영상 산업에서 일하기 위해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극과 현실은 다르구나 둘 사이를 가르는 높은 투명한 벽을 몸소 체감한 밤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다른 작품들은 어떠려나? 너무 오래 지나버려 공개가 어려워져버린 작품들의 카메라 뒷편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