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83

어제 ZARD what a beautiful memory 2007 DVD를 보다 하늘이 파랗게 변할 때쯤 자버렸다.

굉장한 서스펜스의 악몽을 꿨는데 꽤나 흥미 진진한 꿈이었다. 다시 단편의 이야기들이 연결해보려고 다시 잤는데, 그건 어려운 일이었다.

10시에 나도 모르게 또 일어나 버렸는데 그 이유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비바람 소리 때문이었다. 아.. 어제 츠키지에 가지 않아 다행이야 생각하면서도 헉? 빨래는? 하면서 얼른 베란다 문을 열었다.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빨래가 다 젖은건 기본에다 옷걸이에서 떨어져 날아가고 난리도 아니었다ㅠㅠ

다시 세탁기를 돌려야 하는데… 외치며 다시 잠들었는데 12시쯤 일어나 세탁기에 빨래를 다시 넣고 돌렸다.

랩에 나갈 생각이었는데, 아 이렇게 비바람이 부는데 랩에 갈 수 있을까? 우산이 다 망가져버릴 것 같은데… 심지어 방학이잖아ㅠㅠ 생각에 나태해질 뻔 했지만, 나고야행 티켓과 지브리 티켓을 인쇄해야겠단 일념으로 가방을 챙겨 랩으로 갔다.

역시나 랩엔 한 명밖에 없었다. 나중에 퇴근할 때 물었는데 방학은 9월까지란다. 하하.. 좋겠다.

여튼, 조용한 랩에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소리를 들으며 교환학생 마감 레포트를 썼다. 지도교수님의 서명만 받으면 될 줄 알았는데, 헐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했다.

다른 교수님을 두 분이나 더 만나야 했고 서명을 받기위해 연구를 설명드렸다. 오랜만에 해 본 엘레베이터 스피치의 연속이었다.

세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나가하시 교수님도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요시를 외치셨다. 교수님의 경쾌한 일본어가 듣기 좋아, 혹 어디 출신이신지 여쭤봤다. 도호쿠라의 어떤 현이라 하셨다. 아아… 도호쿠!!

교수님의 일본어 발음은 뭐랄까 소년같으면서도 clear 하고 리드미컬한 배우고싶은 순수하며 경쾌한 소리다. 부럽다.

여튼, 모든 걸 끝내고 짐을 챙겨 학교를 나오는데 잘 했다고 위로해주듯 너무나도 멋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우와’ 소리를 내며 걸었던 것 같다.

나고야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삼십분 뒤에 집을 나가 밤버스를 타고 나고야로 출발한다.



도쿄에 폭풍이 온다고 여기에 있는 나는 체감 못하는데 엄마아빠가 알려주셔서야 알았었다. 오늘 아침에 비바람이 부는 걸 보고 아 태풍이 오긴 오나보다 생각이 들었다.


내 우산은 찢어지기 일보 직전인데.. 저 유모차에 탄 아기가 아늑해보였다.


오늘 거의 모든 열차가 전부 지연이었다. 덴엔토시가 이렇게 5분 이상 지연되는건 처음보는 것 같다. 열차도 다리를 건널 때나 코너를 돌 땐 무척 천천히 갔다. 덕분에 포켓몬을 많이 잡을 수 있었다.


학교에 도착해 짐을 두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헐! 29일 부터라구요? ㅠㅠ


뭘 먹을까 고민하다 안 먹어본 걸 먹어보기로. 함바그동에 샐러드, 그리고 톤지루.


밥을 다 먹고 매점에서 커피를 사서 카페테리아 3층에 올랐다. 오랜만에 갔는데 여전히 고요하고 편안했다.


ZARD 네무리를 들으면서 한참을 앉아있었던 것 같다. 비오는 바깥이랑 어울리며, 꽤나 좋은 순간이었다.


레포트를 마무리해서 교수님께 서명을 받으러 갔다. 교수님을 포함한 세 분의 교수님 서명을 받아야한다는 사실에 교수님도 처음듣는 이야기라며 한참을 다른 분과 통화하셨다.


길고 긴 여정 끝에 드디어 퇴근!


으! 퇴근 길에 너무 멋지던 하늘. DSLR을 가지고와야 제대로 찍었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눈에 열심히 열심히 담았다.


돌아오는 길에 도큐스토어에 들러 무화과랑 맥주를 샀다. 오늘의 저녁이라 생각했는데, 다 먹고도 배가 안차 또 먹으러 나갔다. 하 나란사람… 여튼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우마미 디자인이 바뀌었다길래 사봤다.


택배도 와 있었다! WANDS 앨범 도착!


연구실 사람들 너무 귀엽다. 어디 다녀올 때마다 누가 이렇게 각 책상에 오미야게를 갖다 놓는다. 잘 먹을게요!


집 근처 돈코츠 라멘집. 매월 22일은 라멘 500엔 할인의 날인데 매번 놓치다 오늘은 갔다.


여전히 짰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좋아 츠타야에 들러 TODAY IS ANOTHER DAY 를 들었다. 좋은 노래가 가득해 그만 듣고 나오기가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