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80 닛코

하코네는 다녀올까 말까, 고민하다 안갔지만 니코는 왠지 모르게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뭘 보겠다 마땅히 준비한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든게 좀 의아하긴하다. 보통 어디로 여행을 갈 땐, 확실히 보고자하는 게 있고 가고싶은 이유가 있어야만 떠났던 것 같은데…

여튼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이라 가서 헤매기도 했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한국을 더 좋아하게되어 돌아왔다. 얼른 아름다운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닛코행 열차는 아사쿠사에서 떠난다. 아예 첫차를 탈까 했는데, 닛코 패스를 올닛코패스로 교환해야해 8시 차를 탈 수밖에 없었다. 여행센터가 7시 45분에 오픈하기 때문에. mp3를 바꿔 넣다가 새벽 늦게서야 잠에 들었는데 얼마 안돼 바로 깼다. 그리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아… 그런데 요즘 mp3가 맛이 가려는지 완충해갔는데 금방 가버렸다. 어제 왜 늦게 잔거지ㅠㅠ


시부야서 긴자선으로 갈아탄 뒤 아사쿠사에 도착! 아직 서비스센터가 오픈하지 않아 좀 기다렸다.


근처 편의점에 가서 아침도 사왔다. 토부센 아사쿠사역도 구경만했지 막상 들어가본건 처음이네. 아 그런데 안타깝게도 패스 교환은 못했다ㅠㅠ 이케부쿠로에서 산 건 여기서 교환해줄 수 없단다.. 휴…


아사쿠사역에 닛코 일기 예보판이 있었다. 예상한대로 내가 있는 내내 비가온다 써있었다. 이거 완전 거짓말이었다ㅠㅠ 이것때문에 DSLR, 썬글라스 안가져간건데 첫날은 완전 햇빛 짱짱에 눈이 부셔 힘들었다.


여튼 토부 닛코센을 타고 출발.


처음에 텅 빈 객차를 보고 너무 좋았다. 오~ 편하게 갈 수 있겠구나.


교환 못한 닛코패스 2일권.


아까 사온 유부초밥이랑, 어제 사왔던 감자샐러드 에다마메를 먹었다.


스미다강을 건너.


낯익은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스카이트리도 지나. 아 텅빈 열차를 만끽하는건 금방 끝나버렸다. 출근길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떼로 타 엄청 불편하게 가야했다. 어제 잠을 못잔 탓인지 깜빡 졸았는데


눈을 뜨니 기누가와 온센을 향해 가고있다… 아.. 안돼… 열차가 앞에 몇 칸은 기누가와행 뒤에 몇 칸은 닛코행이란걸 깜빡하고 맨 앞에 타버린 것이다.ㅠㅠ 덕분에 강제 기누가와 관광…


기누가와는 내일 보려했는데, 아 온 김에 그냥 오늘 봐야하나… 고민하다가 바로 다음 열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원래 하려던 계획대로 해야할 것 같아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잠시 앞에 나와 기누가와 도깨비를 찰칵!


다시 30분을 달려 토부 닛코역으로 가는 중. 아깐 졸면서 오느라 풍경들을 못봤는데, 좋았다. 강원도에서 내일로 하던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이번엔 확실해 토부 닛코행이야 다행이야


토부닛코역 도착!


닛코 패스 2일권으로 커버 안되는 지역들을 가고싶어, 버스패스를 또 끊었다.


얼른 짐을 숙소에 맡기고 돌아다니려고 역 근처 숙소로 걸어갔다.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처음해보는 민숙인데 그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여튼 얼른 짐을 맡기고 다시 닛코역에 돌아와 버스를 탔다.


사실 무계획 여행이라 어딜 갈지 어디서 내릴지 전혀 예정에 없었는데 버스를 타고 지나다가다 로프웨이가 보이길래 내려버렸다. 이니셜D에 나온 그 구불구불한 길인 이로하자카가 반대편에 있어 스포츠카나 오토바이가 굉장히 많았다.


로프웨이를 타러 슬슬 걸어갔다.


이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 츄젠지를 끝내주게 볼 수 있다길래.


사실 나는 로프웨이를 타고 간 곳에서 츄젠지에 걸어갈 수 있을 줄 알고 편도를 끊으려 했는데 매표소 아저씨가 말하길 그럴 수 없고 걸어내려오면 3시간정도 걸릴거라고… 왕복주세요.


올라가서 바라본 츄젠지 호수는 장관이었다. 저수지가 아니라 호수지만, 7년의 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마을의 모습은 저 모습이었다. 여튼 아래로 케곤폭포가 떨어지고 있고 높은 고도에 위치한 마을이며 호수는 비현실적인 CG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오면서 바라본 이로하자카. 올라가는 길 내려오는 길이 다 일차선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따 내려올 때나 저기에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정류장으로 와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생각보다 제 시각에 오질 않아서 좀 더 기다렸던 것 같다. 기다리면서 오토바이나 스포츠카 타고 가는 중년의 아저씨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어느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나도모르게 ‘우와’ 소리를 냈던 것 같다. 다리를 건너 마을에 입장하는 광경이 영화 도입부 같은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막상 내려서 걸어보니 일반적인 일본의 온천 마을 느낌이었다.


역시나 무계획 여행이라 일단은 케곤폭포를 보러 갔다.


원숭이 출몰은 거짓이 아니라 한다. 물론 나는 못봤다.


위에서 바라보는 뷰보다 아래서 바라보는게 좋다길래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보기로. 무려 550엔ㅋㅋ


지하 100m 로 내려간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폭포까지 걸어가는 굴은 굉장히 시원하며 추웠다.


도착한 케곤 폭포. 왜 여기서 자살하면 안된다 했는지 이해가 간다. 물에 빠져 죽는게 아니라 돌에 부딪혀 머리가 깨져 죽을 것이다. 여튼 시원해서 좋았는데 별건 없었다.


습원에서 곰이 나타난다는데, 그것도 조심해야 한댔다.


다시 반대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도리이 뒤로 호수가 펼쳐져 있다.


호수를 보자마자 우와 소리를 냈다. 햇빛에 반짝반짝 거리는 호수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왜 이 호반길 사이사이에 별장이 가득한 지 알 것 같았다.


일본인 커플이 사진을 찍어달래서 찍어드리고 나도 찍어달라 했다.


버스를 타고 센죠가하라 습원으로 올라갔다.


해발 1395m 이라 그런지 시원하다.


유바 아이스크림을 팔길래 사먹어봤다.


정말 유바 맛이 나서 웃음이 났다.ㅋㅋ


드넓은 벌판에 나무에 산에 구름에 자연에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습원 전망대인데 곰은 보이지 않아 실망이었다.


햇빛이 구름 사이로 내리 쬐는 게 멋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때 아웃오브아프리카를 잠시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러고보니 그게 츄젠지호수를 볼 때였는지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Bobby Vinton 에 blue velvet 이 때마침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데 정말 너무 멋지게 어울려 놀라버렸다. 정말 완벽한 BGM이었다!


사실 이 길을 따라가면 습원 하이킹로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시 도로로 나와버리는 길. 흠 어디로 가야 하이킹할 수 있는지.ㅠㅠ


습원을 옆에 끼고 산을 옆에 끼고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즐겁게 걸었던 것 같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면서.


도보길이 분리되어 있어 차 걱정도 하지 않고.


아 드디어 하이킹 길을 발견했는데 주저하다 들어가지 않았다. 머지않아 해가 질 것이기도 했고, 반바지를 입고 온터라 벌레가 무서웠다. 이미 종아리에 무지막지하게 뜯겨있던터라ㅠㅠ


버스를 타고 다시 닛코 시내로 출발했다. 아까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이로하자카를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 정말 운전 최고… 한 손으로 코너링 하실 때 너무 가드레일에 딱 붙여 하셔서 밑으로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다.


내려오는 버스, 어디서 내릴까 고민하다가 신사들이 모여있는 정류장에 내렸다.


저 멀리 토쇼구도 보였는데, 이미 폐장한 터라 들어가지 못했다. 내일 가야지.


대신 멋진 산책로를 걸을 수 있었다. 해가 지고 있어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퍼지는데 예뻤다.


신교로 내려왔다. 생각보다 삐까뻔쩍함에 실망했다. 더 고즈넉한 다리를 상상했는데.


닛코 시내는 고요했다. 그 많은 관광객 다 어디갔는지.


저녁으로 비싸고 맛있는 걸 먹자고 생각했다. 비싼건 발견 못해 호객하는 이가 없는 유바 정식 집에 들어갔다.


유바 정식은 사실 생각한 그대로의 맛이라 그저 그랬다. 이 중 가장 맛있었던 건 저 꼬치에 끼인 튀긴 유바. 유바 안에 뭘 넣고 튀기신건지 모르겠는데 안주도 될 수 있을 것 같고 디저트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밥을 먹고 나오니 진짜 어둑어둑해졌다.


사케집이 있어서 들어왔다. 닛코산 맥주 종류가 꽤 많아서 뭘 사야할 지 고민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1층은 주인 내외가 쓰는 것 같고 2층엔 민숙 방들이.


생각보다 방이 너무 좋아서 감탄했다.


얼른 짐을 놓고 산길을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서 올라갈 땐 괜찮았는데 아 내려올 때 어쩌지 어쩌지? 걱정하며 올라갔다.


산길을 오른 이유는 괜찮은 노천 온천이 있다 들어서이다. 아직 온천하기엔 이른(???) 시간인지 온천을 나 혼자 즐겼다ㅋㅋ노천 온천에 혼자 앉아있는데 이렇게 나 혼자 누려도 되나? 알수 없는 미안함이 들었다.


산길을 무사히 잘 내려와 방에 돌아왔다. 아까 사온 맥주 3총사를 마셨다.


맥주를 마시며 내일 일정을 짜는데, 갑자기 창문이랑 집이 덜덜덜. 티비를 보니 바로 속보가 떴다. 지진 발생이라고!


자려다가 알 수 없는 행복함이 들어 누운 채로 사진을 찍었다ㅋㅋ 풀벌레가 우는 곳에서 잠든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날 땐 비가 내리고 있어 그 촉촉한 소리에 알람도 울리기 전에 눈을 떠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