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76

오늘은 계획이 단 하나밖에 없었다. 미도리스시 우메가오카 본점에서 타베호다이를 먹는 것!

아침 일찍 들어와 잠에 들었지만, 아침 10시에 기적적으로 일어나 미도리스시를 예약하고 다시 잠들었다. 열한시쯤 눈을 떴을 때, 미도리스시 순번을 확인해보니 앞에 두자릿수 사람밖에 안 남은거다! 허거덩! 이대로라면 잠을 더 못자고, 당장 가서 스시를 먹어야할 것 같아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예약을 했다. 그게 불상사였다면 불상사였다…



다시 받은 번호는 294번이었다. 번호가 줄지를 않아서, 일어나서 빨래도 하고 어제 하루 정리도 하고 그랬는데도 여전히 3시가 되어가는 마당에 앞에 150명이 남았다한다. 좋아 그럼 산겐자야까지만 전철을 타고가서, 산겐자야서 우메가오카까지 걸어가면 얼추 시간이 맞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세시쯤 집을 나섰다.


산겐자야서 우메가오카로 걸어가는 길은 즐거웠다. 포켓몬을 많이 잡기도 했고, 날씨도 선선해서 기분이 좋았다. 배가 고팠지만 스시로 가득채울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가는 길에 예쁜 카페들이 많았다. 가정집같기도 하면서 엔틱해보이기도 하는 자그마한 카페들. 안에선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부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간간히 좋은 집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오늘 하늘은 구름이 켜켜이 멋져!


상점가 알림치고는 너무 귀여워서.


으으 시바를 봤는데 할아버지가 그냥 쌩 가서 갑자기 스미마셍!!!! 하면서 시바이누 조또 다이죠부데스까 하기도 좀 그래서 그냥 보내야만 했다 흑흑


아무래도 진짜 낼부터 폭풍우가 오긴 오려나보다. 예사롭지 않은 구름이었어…


우메가오카까지 이어진 긴 산책로를 따라 갔다. 왜냐면 여기에 포켓스탑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셀카도 한 컷…


뭐랄까 이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집이다.


산책로가 꽤 많이 길었다.


진짜 포켓몬 아 아니… 진짜 고양이도 보고. 걷는게 귀엽길래 카와이하면서 뒷모습 사진을 찍었다. 갑자기 고양이가 멈춰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사고를 당한건지, 얼굴에 화상을 입은 고양이였다.. 아이고 무서웠네…


한적한 주택가를 지나. 요즘 휴가철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지 길에 사람이 1도 없다. 집에도 인기척이 없다. 정말 텅 빈 스튜디오를 나 혼자 걷는 기분이 또 들었다.


드디어 우메가오카 도착! 아 우메가 그 우메였구나!


저 멀리 군중의 기척이 느껴졌다.


미도리 스시 본점은 생각보다 꽤 거대했다.


그리고 앞엔 사람이 무척 많았다. 나의 번호는 294번이었는데, 이제야 120번 손님이 들어가고 있었다. 휴…


그래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란 생각으로 동네 구경을 시작. 오다큐선 우메가오카역으로 갔다. 여기 포켓몬이 많더라.


아주 잠시였지만, 체육관에 등극도 했었다.


역전 앞 마트에서 헐 토마토를 8개에 300엔에 팔고 있었다. 냉큼 사왔다. 일본에서 본 토마토중 제일 싸다!


그러고보니, 아까 출발하기 전에

처음으로 대전에 주민세 내본다.


역에 가서 포켓몬을 왕창 잡고왔는데도 아직 번호가 그대로였다. 그래! 그럼 한 정거장 떨어진 고토쿠지 북오프에 다녀오자! 란 생각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또 하늘이 저러고 있다.


드디어 북오프에 도착! 여긴 지난번에 와보려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냥 지나쳤었다. 아 그리고 역시 원하는 것들은 없었다. ㅠㅠ


다시 미도리스시로 돌아와 한 시간정도 더 기다린 것 같다. 혼자왔다는 장점을 이용해 40개 번호를 건너뛰고 입장했다ㅋㅋ 90분 3천엔 타베호다이인데, 스시가 가격에 비해 끝내준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여러가지 스시를 주문하고 든 생각은, 그 말이 사실이란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이 수익을 어떻게 내는지 알 것만 같았다. 마스터 한 명이 대략 12명정도를 담당하니까, 주문을 하고 스시를 받는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타베호다이지만 엄청나게 스페셜한 타베호다이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와 오토로랑 쥬토로는 진짜 너무 끝내주더라. 그 외에도 카니, 우니, 이카, 타코, 타이, 엔가와, 아보카도, 에비 등등 이것저것을 시켜 먹었는데 대부분 맛있게 잘 먹었다. 마지막엔 시간이 남았는데도 배가 불러 뭘 먹을 수가 없었다. 기분좋게 끝내고 싶단 생각이 들어 나마코즈와 자왕무시를 먹었다. 해삼을 폰즈소스에 담가먹어볼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는데 꽤 어울리더라. 자왕무시도 오랜만에 먹어 그런가, 아님 여기 자왕무시가 맛있는건가 싫어하는 버섯까지도 향기롭게 맛있게 먹었다.


밖에 나오니 땅도 젖고 사람들도 우산을 쓰고 다니고 있었다. 꽤나 많은 비가 내렸었나보다. 자동차가 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소화시킬겸 다시 산겐자야로 걸어왔다. 골목에서 바라보는 캐롯타워의 느낌은 이상하다. 위에서 내려보는 것엔 익숙한데, 이렇게 올려다보니까.


산겐자야까지 온김에 산겐자야 북오프에 갔다.


오 지브리 애들이 모여있는데 그게 없어 그게ㅠㅠ


하지만 굴하지 않고 다른 칸도 열심히 찾아봤다. 오오 찾았다 찾았어!!! 붉은돼지 OST! 할인은 전혀 안하고 있었는데 고민하다 그냥 사왔다. 또 택배 받고 주문하고 그런거 넘 귀찮아ㅠㅠ


산겐자야서 고마자와 다이가쿠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아니 당신은!!


고마자와 다이가쿠역 근처는 진짜 대학가같은 느낌이 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경인교대 입구역 느낌이었다.


여기까지 걸어온 이유는, 여기 북오프에 오기 위해!


원하는 책은 없었는데, 영화 소개 미니 잡지들이 엄청 많았다! 진짜 별 영화가 다 있었다. 내 살다살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라던가 미스포터 잡지를 보게될 줄이야. 여튼 그런건 고민하다 그냥 내려놓고 더 리더와 센과치히로 잡지를 사왔다.


내일 준비를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앓는 소리를 하며 고마자와 다이가쿠역에서 덴엔토시를 타고 집에 왔다. 오는 길에 동네 북오프에 다시 한 번 들렀지만 역시나 붉은돼지 아트북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광복절이었다. 정말이지 이런 날 일본에서 일본어로 하하호호 하긴 싫었는데, 지피지기 를 위해서라고 되뇌이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어도비 앱으로 조그맣게 혼자 태극기를 그려 가지고 다녔다. 71주년 광복을 애쓴 모든 분들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