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나는 하루

문득 문득 생각나는 하루가 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 여느 하루와 비슷했는데 그 날은 유난히도 들떠있었고, 어제와 똑같았던 석양마저도 아름다웠다.

선글라스를 끼고 동상에 기대앉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먼 하늘을 바라보는데 아, 정말 이대로 삶이 끝나도 여한이 없겠다 생각이 들었었다.

자러가기전에 노천에서 맥주를 한 잔 했는데,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의자에 쭉 늘어져 앉어, 좋은 사람과 마주 앉아있었고 아무 대화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만을 그저 바라보는데 어두운 밤하늘, 바닥에 깔린 자갈마저 아름다웠다.

그 때 어떤 음악에 그리 심취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비소식에 김현식이 생각나며, 김현식이 떠오르니 유재하가 떠오르고, 그러다보니 그 하루가 또 생각이 나버렸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때와 비슷한 날을 만날 순 있어도 진짜 그 날은 다시 만날 수 없단 생각에 슬프다.

그래도, 내 인생에 그런 날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오늘도 또 하나의 새로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