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신호등이 깜빡이는데 건너야 말아야하나 망설이는 모습같았다. 결국 어제오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선, 완전히 겨울로 들어섰다. 쥐도새도 모르게 가을이 골로 가버리고야만 것이다.

올 가을은 굉장히 바쁘고 보람차게 살았다. 아침에 반가운 메일을 받았다. 가을동안 썼던 극본이 있었는데, 저작권 등록도 완료됐다는 것이었다.

장난으로 쓴 것도 아니고, 그렇다해서 목숨걸고 진지하게 쓴 것도 아니다. 그냥, 여전히 아직도 커서 뭐가 될지 모르겠다 보니 이것저것 할 수 있는 한 미적지근하게 부딪혀보는 중이다.

10월은 고된 여행으로 지쳐서 트램을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11월이 되고나서부터는 다시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오가는 길에 음악을 들을까, 오디오북을 들을까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가 정은임의 영화음악을 다시 들어보기로 했다. 지지직거리는 오래된 라디오 소리와 차가운 부다페스트의 공기가 꽤나 묘하게 잘 어울린다.

11월에는 더 바쁠 것 같다. 더, 치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