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필하모닉

부다페스트 필하모닉의 정기 공연을 봤다. 두개의 곡을 들었다.

Faure - Requiem Bernstein - Symphony III Kaddish

정말이지 번슈타인의 카디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지금껏 봐 온 필하모닉의 공연 중 단연 압도적이었다.

공연이 시작하기전 대강 머릿수를 세어봤는데 60명의 현악 연주자, 30명의 관악 연주, 8명의 타악 연주자, 한 명의 나레이터, 한 명의 소프라노, 그리고 50명의 어린이 합창단, 70명의 성인 합창단. 으억.

특히 8명의 타악 연주자가 서로 다른 타악기를 연주하는데 거기다가 성인 합창단의 박수까지 더해지니 어우 정말 그 리듬이.

규모로도 놀랐지만, 그보다 번뜩이는 곡 진행에 정말 놀랐다. 아.. 이건 정말 보지 않고선, 체험할 수 없는 진기한 경험이다. 정말 영화 한 편을 보고난 듯 한줄기 땀이 흘렀다.

유튜브 비디오를 찾아보는데도 현장의 그 생생함이 느껴지는 영상이 없다.

추모를 한다면, 이렇게 해야하는구나 싶었다. 아우슈비츠에서의 나의 추모가 한낱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굉장한 좌절감과 패배감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왔다.

p.s. 공연을 보면서 수레한 나레이터의 모습을 그냥 지나쳤는데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구나. Samuel Pisar. 아우슈비츠 생존자로 유튜브 영상들에선 젊지만 지금은 기력이 다해 걷기 조차 버거워보이는 할아버지셨다. 그의 아멘이, 잠들기 전까지 머릿속을 맴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