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와인

미뤄뒀거나, 여의치 않아서 못했던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한 일은 집 근처에서 서성거리기만 하고 막상 들어와보지 못했던 바에 온 것이다.

그 이름도 정겨운 Fondue Bar. 집에서 1분거리에 있는 아주 조그만 동네 술집인데 이상하게도 항상 사람이 가득 차있다. 심지어 술집 문 앞에도 사람들이 잔을 들고 서있기 일쑤여서 문앞에 다가갔다가도 못들어가고 돌아나오는 것이 태반이었다.

괜히 어색하기도하고 쑥스럽기도하고 진짜 로컬피플이 되기에 두려웠던 거였을까? 이 집에 들어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결국 방금 들어와서 이렇게 글을 쓰고있다. 주인은 푸근한 영어도 꽤 하시는 아주머니언니였고 바에 서서 헝가리어로 끈적하게 전화하고 있는 아저씨도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끄적이고 있는 총각도 모두 정답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나 혼자의 상상 속에서 괜히 이 집을 가둬놨었구나.

껍질을 깬다. 깨도깨도 껍질이 끝이 없는게 양파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답답하지 않고 즐겁다. 다음 껍질이 무엇일까. 두근두근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