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밤

하루종일 영화보고, 이것저것 뒹굴거리다 느지막히 저녁이 되서야 마트에 갔다. 여전히 모든 것들이 참 저렴했다. 과일도 사고, 내일 요리해먹을 재료들도 사고, 맥주도 “한” 캔 사고. 돌아다니다가 액티비아가 세일중이길래 집어왔다.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하는데, 문득 여기에도 일회용 스푼이 있는지 궁금했다. 요거트를 먹을 때 일회용 스푼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리. 매번 요거트 살 때마다 물어보려 했는데 까먹곤했었지만, 오늘도 그럴 수는 없지!

아뿔싸. 젊은 여직원이었는데 영어를 잘 못알아 듣는 눈치다. (내 영어가 문제인건가?ㅎㅎ) 뒤에 계산을 기다리던 헝가리 젊은 남자가(젊다고 써놨지만 나보단 나이가 많을 것만 같은) 계산원과 뭐라뭐라 얘기를 하더니, 잠시만 기다리란다. 그러고서는 다시 그 커다란 매장안으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나는 미안한마음에 얼굴이 붉어져서 점원을 보며 미안하단 말만 연신해댔다. 1분이 지나고.. 3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도 남자가 나오질 않았다. 계산원이 그 뒤에 계산을 기다리던 다른 사람에게 옆라인에서 계산하시라 말했다. 그리고서 또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질 않고. 너무너무 고맙고 미안하지만, 한편으론 과잉친절로 인해 타인이 불편해지는구나 라며 스스로에게 큰 교훈을 얻은 순간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남자가 빈 손으로 나왔다.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너무 미안했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남긴채 가방을 챙겨 마트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마트에서 한참을 걸어나왔는데, 뒤에서 누가 다가왔다. 아까 그 남자였다. 손에 티슈로 감싼 스푼을 든 채. 마트에서는 못구했지만, 근처 카페에서 구해왔단다.

어두운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환해져왔다. 너무 미안하고도, 고맙고도, 크게 배운 8월의 마지막 밤이었다.